한나라 ‘서청원 역풍’…"비리의원 석방은 도덕 불감증"

  • 입력 2004년 2월 10일 18시 58분


한나라당 지도부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의 석방요구결의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데 대한 비난 여론은 확산되고 있는 반면 서 전 대표측마저 최병렬(崔秉烈) 대표에 대한 공세를 취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10일 당 공식 홈페이지엔 평소보다 100건 이상 많은 600여건의 글이 올랐는데 대부분 서 전 대표의 석방안 처리를 비난한 내용이었다.

‘서청원의원 석방 논란’ 토론장가기(Poll)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어제 국회는 참으로 면목 없는 하루였고, 국민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최 대표는 입장이 더욱 난처한 듯 했다. 서 전 대표가 자신을 겨냥해 날을 세워온 비주류의 좌장이란 점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전날(9일) 본회의장에서 서 전 대표의 석방요구결의안에 대한 시중의 부정적 여론을 보고받고서도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측근들에겐 “국민의 매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당내에선 최 대표가 서 전 대표 문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당내 리더십과 국민 여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당내에서 서 전 대표 석방요구결의안이 제기되자 부정적 반응을 보여 서 전 대표측의 반발을 불러왔다. 그러나 9일 본회의에서 최 대표는 의원들의 자유 투표를 허용함으로써 “한나라당이 비리 혐의가 있는 의원을 풀어주는 데 앞장섰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이에 최 대표측은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이란 부정적 이미지로 덧칠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지 않았느냐”고 항변했다. 대신 자칫 섣부른 대응은 논란을 부추길 것으로 보고 “그냥 매를 맞고 가겠다”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당 안팎에선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당이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했다”고 비판했고,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도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석방동의안 통과는 도덕적 불감증 때문”이라며 “국회가 자정 능력을 결핍했고 제 식구 감싸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박영선(朴映宣)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나라당의 도덕 불감증은 바로 서 의원 석방이 말해준다”며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 전 대표는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한 듯 이날 오전 자택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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