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자금 추적 과정=재용씨가 관리한 괴자금의 꼬리는 지난해 7∼9월 검찰의 현대비자금 수사에서 처음 잡혔다. 검찰은 당시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현대에서 받은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을 무기명채권으로 바꾸는 과정을 추적하던 중 출처불명의 100억원대 돈이 재용씨 관련 차명계좌에 숨겨진 것을 발견했다.
검찰은 사채업자들을 조사한 결과 재용씨가 이 돈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검찰은 이 돈의 출처를 역추적해 이 돈이 전씨 비자금과 연결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경 100억원대의 자금 중 47억원 상당의 어음과 수표를 찾아내 압수했다. 또 재용씨가 관리한 괴자금 규모는 100억원대에서 130억원대로, 다시 167억여원으로 불어났다.
▽전씨 비자금 드러날까=재용씨 돈 중 73억여원이 전씨 비자금으로 확인돼 전씨 비자금 추적에 일단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추징 선고액 2205억원 가운데 납부액 332억여원과 이번에 드러난 73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1800억원을 찾는 것은 별개라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문효남(文孝男) 대검 수사기획관은 “73억여원이 전씨 비자금을 찾아내는 돌파구가 될지는 알 수 없다”며 “비자금이 다양하게 분산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전체 비자금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재용씨가 관리한 167억여원 중 73억여원을 뺀 나머지 93억여원도 전씨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추적 중이다.
▽전씨 형사처벌 여부=재용씨에게 증여세 포탈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에 전씨에게도 이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지난해 4월 법원에 제출한 재산목록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전씨는 “내 예금은 29만1000원뿐”이라고 주장했다. 동아닷컴 등 인터넷 사이트에는 전씨를 비난하는 글들이 대거 띄워져 있다.
검찰은 이 혐의와 관련해 전씨의 소환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씨가 “아들에게 증여한 돈이어서 기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경우 이것이 순수한 증여 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재산을 숨기기 위한 명의신탁인지를 따져야 한다. 명의신탁으로 결론난다면 이 돈은 추징대상이 되고 전씨도 재산 허위기재에 따른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전씨가 이 돈을 재용씨에게 증여했다면 이 돈의 소유권이 재용씨에게 넘어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추징할 수 없다는 법적인 견해도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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