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첨단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반도체, 휴대전화, 디지털 TV 등 기술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분야가 늘어나면서 핵심기술 등 고급정보가 외국이나 경쟁기업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것.
실제 국가정보원이 11일 밝힌 국내 산업기밀의 유출 상황은 심각한 정도를 넘어서고 있고 예상 피해규모도 천문학적인 수치에 달하고 있다.
1월 국내 굴지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T사의 책임연구원 우모씨는 외국 경쟁사에 유출할 목적으로 반도체 핵심기술 자료를 포함한 반도체 공정기술 자료를 빼돌려 보관하고 있다가 적발됐다.
이 기술은 개발비만 4000억원이 넘고, 유출될 경우 우리나라 관련업계에 6조4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보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에도 국내 PDP 제조업체에 근무하던 정모씨가 회사의 핵심기술을 플로피디스켓에 담아 빼돌린 뒤 대만의 한 업체에 2억원을 받고 넘기려다 덜미를 잡혔다. 정씨의 검거로 3조원 상당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러한 기술 유출은 비합법적인 산업스파이에 의한 기술 매매뿐 아니라 선진국의 경우는 경영컨설팅 기술자문 등 합법을 가장한 방법으로, 경쟁 국가들의 경우 기업매수 위장합작 등의 방법으로 산업기밀을 빼내고 있다고 국정원은 분석했다.
국정원은 특히 국내의 외국 정부기관 및 기업 대부분이 공개정보 분석뿐 아니라 비공개 정보 수집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산업스파이 사건은 98년부터 현재까지 41건이 적발됐으며 피해예방액이 31조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국정원은 최근 ‘산업스파이 식별요령’이라는 책자를 경제단체, 첨단산업체 등에 배포하고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벤처기업에까지 산업보안 교육을 확대했다.
국정원은 이 책자에서 △목적 없이 다른 부서 사무실을 빈번히 출입하는 사람 △연구실이나 실험실 등 회사기밀이 보관돼 있는 장소에 접근을 시도하는 사람 △주요 부서에서 근무하다 이유 없이 갑자기 사직을 원하는 사람 △잔무처리를 이유로 일과 후나 공휴일에 빈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는 사람 등은 산업스파이로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