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분쟁' 현정은씨 판정승…KCC 엘리베이터지분 20%매각

  • 입력 2004년 2월 11일 18시 30분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玄貞恩) 회장과 금강고려화학(KCC) 정상영(鄭相永) 명예회장의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현 회장이 승기를 잡았다.

정 명예회장이 비밀리에 펀드를 통해 사 모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모두 팔라는 정부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측이 주식을 다시 살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어 분쟁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은밀한 주식매집에 강력 대응=증권선물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를 열어 정 명예회장과 KCC가 사모펀드(12.91%) 및 뮤추얼펀드(7.87%)를 이용해 매집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20.78%를 5월 20일까지 시장에서 처분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유는 특정기업의 지분이 5%를 넘어서고 이후 1% 이상 지분이 변동할 경우 공시해야 한다는 이른바 ‘5% 룰’을 어겼기 때문이다.

증선위는 처분대상에 작년 말 현대엘리베이터의 무상증자(28%·주당 0.28주 배정)로 늘어난 주식까지 포함시켰다.

또 주식매입 과정에서 공시의무를 어긴 정 명예회장과 KCC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유병철(兪炳哲) 공시감독국장은 “앞으로 사모펀드를 통해 은밀히 지분을 대량 매집해 경영권을 취득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장의 공정한 질서 확립을 위한 합리적 결정”이라며 환영했지만 KCC는 크게 반발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그룹 경영권의 향방은=KCC측이 20.78%를 팔고 나면 지분은 16.1%로 떨어져 현 회장측(지분 30%)에 크게 밀리게 된다.

앞으로 변수는 두 가지다. 증선위는 KCC측에 주식 재취득을 금지하지 않고 대신 시간외 대량매매와 통정매매(사전 약속해 특정인과 주식을 사고파는 것)를 금지시켰다.

KCC측이 이 규정을 피해가면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파는 동시에 사들이면 다시 지분경쟁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의 검찰 고발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고 금감원이 철저히 감시할 것으로 예상돼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현대종합금속을 비롯한 범 현대가문 7개사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현대엘리베이터 이사 후보로 이병규(李丙圭) 전 현대백화점 사장 등 중립적 인사 3명을 추천하는 중재안을 마련했다.

만약 KCC측이 3월 주총에서 KCC 정몽진(鄭夢進) 회장의 이사 추천을 취소하고 범 현대가문을 지지한다면 현 회장측과 지분이 비슷해져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진다.

그러나 범 현대가문이 주식처분명령을 받은 KCC와 보조를 같이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해 계속 타협을 시도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오전 장 한때 6만5300원까지 오르다가 지분처분 명령이 나온 직후 하락세로 돌아서 전날 종가보다 400원(0.67%) 떨어진 5만9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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