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검찰이 재용씨가 관리한 167억원 이외의 전씨 비자금의 존재에 대해서도 단서를 추가로 포착해 추적 중이어서 은닉된 재산을 추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씨 소환 의미=전씨 소환이 주목을 끄는 것은 그동안 은닉재산을 찾지 못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던 전씨의 비자금 추징 작업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경우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97년 4월 대법원에서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받은 뒤 2073억원이 환수돼 78%의 추징률을 보였다. 그러나 전씨는 추징금 2205억원 중 333억원만 국고로 환수돼 추징실적이 15.1%에 그쳤다.
전씨는 지난해 4월 열린 법원의 재산명시 심리에서 “내 재산은 예금 29만원이 전부”라고 강변했으나 검찰은 재용씨의 괴자금 167억원을 확인했으며 이 중 73억5000만원이 전씨의 비자금에서 나왔음을 밝혀냈다.
만약 다음주 전씨가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검찰은 전씨측과 소환 일정을 다시 조율하는 등 그때 가서 대응책을 다시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참고인 신분인 전직 대통령 전씨를 검찰이 강제로 소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씨 처리 전망=전씨가 다음주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지만 곧바로 형사처벌과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만약 전씨가 재용씨에게 비자금을 증여한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수혜자인 재용씨는 증여세 포탈 혐의로 처벌될 수 있지만 전씨에게는 이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증여세 납세의무는 수혜자가 지기 때문. 또 이 경우 재용씨가 돈의 실소유자이므로 전씨가 법원에 재산을 허위로 신고했다는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 적용이 검토될 수 있지만 이 법의 발효 시점이 2001년 11월이어서 증여 시점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또 재용씨를 상대로 포탈한 세액만큼 추징할 수 있지만 재용씨가 돈의 소유자이므로 전씨를 상대로 미납 추징금을 받아낼 수는 없다.
그러나 전씨가 재용씨의 이름을 빌려 비자금을 관리한 것이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비자금의 소유주가 여전히 전씨이기 때문에 재산명시 위반과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등을 적용받을 수 있다. 형사처벌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전씨의 미납 추징금도 받아낼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씨가 아들 재산이라고 주장하면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 한 딱히 처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씨 비자금 관련 의혹이 속속 밝혀지는 것과 맞물려 전씨 처벌에 대한 기대수위도 높아지고 있지만 검찰로선 고민거리를 안게 되는 셈.
▽추가 비자금 드러날까=검찰은 167억원 이외의 다른 전씨 비자금을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개했지만 쫓고 있는 비자금의 규모나 재용씨 관련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비자금 규모와 관련해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기업 비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씨의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거액의 뭉칫돈 단서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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