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승엽’을 꿈꾸던 대구고 2학년 정철중군(18)이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한 뒤 야구선수의 꿈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철중이는 지난달 26일 서울대병원에서 아버지 정재만씨(45·대구 수성구 파동)에게 자신의 간 65%를 이식했다. 14시간에 걸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정씨 부자는 현재 서울대병원 7111호에서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철중이가 야구선수의 꿈을 키운 것은 초등학교 때. 당시 대구의 경복중 야구코치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던 아버지는 10년 전부터 간이 나빠져 더 이상 야구장에 나서지 못했다.
병세는 갈수록 악화돼 간이식을 하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까지 됐다. 아버지 병간호 때문에 어머니마저 꾸려가던 양품점을 정리해야만 했다.
야구선생님이기도 했던 아버지가 일어나지 못하고 집안 형편이 나빠지자 철중이도 야구를 중단했다. 생계는 할아버지(77세)가 고물을 모아 파는 것으로 이어갔다.
아버지는 친자녀 중 고교생 정도의 자녀가 간이식에 가장 적합하다는 병원 측의 설명을 듣고 처음엔 수술을 거부했다. 수술이 잘못되면 두 사람 모두 위험해질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철중이는 주위의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야구보다는 아버지부터 먼저 살려야 한다”며 수술대에 누웠다.
서울대병원 측은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술비(3000만원)를 나중에 내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남편과 아들이 누워있는 병실을 지키고 있는 백영미씨(44)는 “야구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뛰던 모습이 너무 그립다”며 “철중이가 빨리 회복해 다시 야구장에 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대구고 교직원과 학생, 동창회 등이 모금에 나섰다.
대구고 정호상(鄭浩相) 교장은 “철중이가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야구의 꿈이 꺾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의 대구고 교무실(053-651-3890)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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