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법사위의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증인은 ‘굿머니’의 모집책 김진희씨였다.
김씨는 민주당 조재환(趙在煥) 의원이 제기한 ‘굿머니 자금 30억원 전달 의혹’과 관련해 의원 10여명의 잇단 추궁에 능수능란한 화술로 응수했다. 때로는 돈 전달 과정을 상세하게 진술하다가 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종종 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비켜갔다.
조 의원이 “굿머니 자금이 열린우리당 신계륜(申溪輪) 의원과 연관되어 있는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특정 의원을 지정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조 의원이) 내가 들은 사실보다 더 조사한 것 같아 감사하다”며 웃어 넘겼다.
하지만 “신 의원을 2002년 11월경에는 몰랐다가 2003년 1월에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 (굿머니 자금이 처음 전달됐다는) 2002년에는 신 의원을 전혀 몰랐을 텐데 어떻게 신 의원에게 돈이 전달된 줄 아느냐”는 열린우리당 이종걸(李鍾杰) 의원의 질문에는 “신 의원이 내 머릿 속에 입력되어 있지 않았을 뿐 전혀 몰랐다는 것은 아니다”고 정색을 하고 되받아치기도 했다.
김씨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반박하기도 했고 “확답할 수 없다” “판단하기 어렵다”는 등 외교적인 화법도 자주 동원했다.
김씨는 청문회 뒤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이 잘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 청문회에 출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과 청문회를 지켜 본 국회 직원들은 세련된 외모를 겸비한 김씨를 가리켜 “이번 청문회의 유일한 스타”라고 평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