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직장을 구하기 어려울 때는 프리랜서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프리랜서는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은 것이 단점이지만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실력으로 당당히 승부를 겨룰 수 있어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
그동안 프리랜서가 가장 어렵게 느끼는 점은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해 일감을 따내기 어렵다는 것이었지만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온라인상에서 수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e랜서(인터넷과 프리랜서의 합성어·인터넷에서 경쟁을 통해 수주하고 일하는 프리랜서)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자유는 그만큼 상응하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하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박수영씨(24)는 디자인과 캐릭터 관련 회사를 다니다 3년 전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회사가 주는 월급은 자신이 열심히 일을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e랜서로 활동하면 일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랜서로 3년 동안 일하면서 거의 일벌레가 됐다”며 “지금은 시간과 건강관리가 제일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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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부분 프리랜서가 밤샘 작업을 하고 아침에야 자는 이른바 올빼미생활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박씨는 새벽기도를 위해 오전 6시면 눈을 뜬다. 직장인들이 출퇴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일반 직장인보다 더 일찍 일어난다.
e랜서는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일이 많아 시간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정해진 시간까지 일을 마치지 못해 고객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e랜서의 생활=온라인 아웃소싱 회사인 이랜서(www.elancer.co.kr)에서 활동하는 e랜서는 약 33만명. 주로 정보기술(IT) 분야가 많으며 주류는 웹디자인과 프로그램 개발이다.
e랜서 중에는 직장을 다니면서 퇴근 후 또는 여유시간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업으로 일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들은 기업이 아웃소싱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올리면 공개경쟁에 참여해 일감을 따낸다. 이름과 가격을 공개하고 경쟁을 벌이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에는 유리한 편이다.
3년 전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가격은 대략 1억원 안팎이었지만 지금은 10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의 거품이 빠진 것이다. 과거에는 인맥을 바탕으로 한 영업력을 가진 법인만이 아웃소싱을 따내는 것이 가능했지만 인터넷으로 개인도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게 된 것도 한 요인이다.
기업이 최종 낙찰자를 선정하면 e랜서와 협의해 일의 방향과 시한 등을 정해 준다. e랜서는 집이나 개인 사무실에서 일하고 필요한 의사소통은 전화나 메신저, e메일을 주로 활용한다. 매우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객을 찾는 일이 거의 없다.
따라서 여유시간이 많지만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쳐야 하는 중압감은 조직의 한 구성원인 직장인에 비해 큰 편이다. 이런 면에서 직원 모집 때 e랜서 활동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는 기업이 적지 않다.
▽경력 관리가 중요=직장인과 마찬가지로 e랜서도 경력 관리가 중요하다. 그래서 간단한 수정작업이나 유지 보수작업은 일이 상대적으로 쉬우나 개인의 경력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것.
반면 힘이 들더라도 초기 기획과 설계 과정부터 참여하는 것이 e랜서로 성공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많으면 고객이 신뢰하기 때문에 규모가 크고 중요한 일을 맡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인의 경력과 신뢰가 쌓이면 인적 네트워크가 넓어져 굳이 공개경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을 통해 많은 일을 따낼 수 있어 수입이 어느 정도 고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다른 e랜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색깔을 갖는 것이 좋다. 박수영씨는 캐릭터 디자인 프로젝트가 올라오면 내용을 확인하고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간단하게 캐릭터를 만들어 입찰에 참여한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고객에게 ‘일을 맡겨 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 공개입찰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랜서 S/W개발자 이영진씨 “연수입1억…직장인 안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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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이 잘 되는 시간에만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취미와 여가생활로 보냅니다. 시간을 스스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점이 매력입니다.”
2000년부터 e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영진씨(33·사진)의 연간 수입은 8000만∼1억원이다. 이는 직장에 다니지 않고 순수하게 e랜서 활동을 통해서만 얻은 것이다. 그는 상업계 고교를 졸업했지만 연간 수입만으로 보면 대학 졸업자가 부럽지 않다.
고교에서 정보처리를 배운 이씨는 1989년 졸업 후 성적처리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여러 회사를 거치며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입지를 확고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온라인이나 주변 사람을 통해 프로젝트를 따낸 후 모든 작업을 집에서 혼자 수행하고 있다. 집에서는 작업환경을 자신에게 맞게 설계하고 꼭 필요한 시간에만 일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는 집중이 잘 되는 밤에 주로 일하고 낮에는 주변 사람을 만나 업무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취미활동을 즐긴다.
이씨는 “새로운 기술의 동향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며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면 e랜서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어떤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나중에 재활용이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서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씨는 이제 프로 수준의 실력을 인정받아 일이 없어 고민하는 경우는 없다. 수입도 직장생활하는 것보다 많은 편이어서 현재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이랜서 생활의 단점은 여러 사람을 접하지 않고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대인관계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모든 일을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자료조사와 판단은 모두 개인의 몫이어서 중압감이 크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실력이 쌓이기 때문에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현재 로봇 분야에까지 관심을 넓히고 있는 이씨는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관련 사업을 할 생각을 갖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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