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대신 받은 눈물의 졸업장

  • 입력 2004년 2월 13일 15시 06분


"자식이 받아야 할 졸업장을 아버지가 대신 받는 심정을 누가 알까요?"

13일 오전 10시 경기 부천시 소사구 역곡동 부천동초등학교 3층 강당. 집 앞에서 놀다 사라진 뒤 지난달 30일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윤기현군(12)과 이 학교 6학년생 209명의 졸업식이 열렸다.

이 학교의 연혁과 학사보고가 끝난 뒤 윤군의 친구인 최일승군(12)이 졸업생을 대표해 졸업장을 받았다.

이어 이종우 교장(62)이 윤군의 아버지(43)를 단상으로 부르자 졸업식장은 숙연해졌다. 학교가 숨진 윤군을 위해 만든 명예졸업장을 윤군의 아버지가 대신 받은 것.

"정들었던 교정을 떠나는 형과 누나들을 보며 윤기현 형을 생각합니다. 언제나 환한 얼굴로 운동장에서 함께 뛰놀던 형의 빈 자리가 오늘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형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5학년생 박찬웅군(11)이 졸업생을 위한 송사(送辭)를 읽어 내려가자 윤군의 친구들과 졸업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졸업식이 끝나자 윤군의 아버지는 2층에 있는 6학년 4반 교실로 내려가 윤군의 빈 의자에 앉았다.

담임교사인 장준호씨(30)가 윤군의 해맑은 얼굴이 실린 졸업앨범과 성적표를 건네자 윤군의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앨범에 얼굴을 묻었다.

윤군의 아버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컴퓨터를 사 주기로 기현이와 약속했었다"며 "더 이상 기현이 같은 불행한 아이들이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