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82억 대 0’ 누가 믿겠는가

  • 입력 2004년 2월 13일 18시 46분


한나라당이 삼성으로부터 받은 불법 대선자금이 이미 밝혀진 152억원 외에도 170억원이 더 있다는 단서가 포착돼 검찰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당 자체 조사 결과 “5대 기업으로부터 받은 불법자금은 총 500억원쯤 될 것”이라고 했는데 두 달 만에 682억원이 됐다. 이회창 전 총재와 최병렬 대표의 대(對)국민 사과는 모두 거짓이었다는 말인가. 앞으로 또 무슨 돈이 드러날지 국민이 더 불안할 지경이다.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자금 유용과 추가 자금 유무까지도 파헤쳐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번 기회에 ‘검은돈 정치’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문제는 노무현 후보 캠프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5대 기업으로부터 682억원을 받았는데 노 캠프는 한 푼도 안 받았다면 누가 이를 믿겠는가.

삼성이 한나라당에 170억원을 추가로 준 때가 대선 전 7, 8월이었고 노 후보가 후보단일화에 성공한 시점이 11월 24일이었다. 설령 후보단일화만으로는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없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삼성을 비롯한 5대 기업들이 여당 후보를 철저하게 외면했다는 것은 과거의 상식에 비춰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른바 ‘당선 축하금’도 불법 대선자금과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면 더욱 그러하다.

검찰은 노 캠프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자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기다려 보라고 한 지가 언제인가. 총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인가. 기업들이 집권한 세력에 준 돈은 털어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에 애로가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까지 극복하고 사법 정의를 세우는 것이 검찰의 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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