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평 이상 규모의 토지를 매입하기 힘들거나 공원부지인 경우를 제외하면 변전소를 지하에 건설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자변전소 인근 일부 주민들은 지하 건설에도 반대하고 있다.
▽지하에 들어설 변전소=정자변전소 건립은 8년 전부터 추진됐다. 한국전력공사는 분당지역의 원활한 전력 공급을 위해 1996년 분당구 금곡동 한전 계열사 건물 안에 10만8000kW 용량의 변전소를 세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성남시는 주민 반대를 이유로 변전소 부지를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고 한전은 성남시의 추천을 받아 현재 백궁-정자지구 내 파크뷰아파트(1829가구·올해 6월 입주 예정) 인근으로 부지를 옮겼다. 이 부지가 확정된 것은 2000년 10월.
하지만 파크뷰 입주 예정자들이 집단 민원을 제기하자 성남시는 지난해에만 변전소 건축허가를 세 차례나 반려했다.
한전은 결국 성남시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여 애초 지하 1층, 지상 3층에서 지하 3층으로 바꾸어 변전소를 건립하기로 하고 11일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완전 지하화에 따라 공사비는 49억원에서 101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한전 관계자는 “지하에 건설할 경우 변압기의 냉각 및 침수대책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기간이 2배 정도 긴 2년이 소요된다”며 “그러나 분당지역은 변전소가 워낙 급해 늦어도 내년 4월까지 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당의 전력난 해결될까=현재 한전이 분당에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전력은 임시 변압기까지 포함해 54만kW다. 그러나 올해 예상되는 시간당 최대 수요전력은 51만kW로 최대 공급량의 94%에 이를 전망이다.
한전은 단전사고 등에 대비해 최대 송전용량의 75%까지만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지난해 분당의 시간당 최대 수요전력은 공급량의 86%에 달했다.
한전은 올여름이 최대 위기라고 보고 일단 정자변전소 부지에 임시변압기(5만4000kW)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 파크뷰측이 1만6350kW의 전력 공급을 요청하는 등 백궁-정자지구에서만 28곳에서 7만7750kW의 전력 공급을 신청해 변전소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주민들은 지하 건설에도 반대=파크뷰 입주자대표회의 박모 상임위원은 “지하화해도 전자파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주민은 아파트 단지별로 임시 변압기를 설치해 전력을 공급한 뒤 추후에 부지 이전 등을 주민과 협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한전측이 시의 입장을 모두 수용해 더 이상 건축 허가를 반려할 명분이 없다”며 “다음 주경 파크뷰 입주 예정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연 뒤 이달 말경 건축허가를 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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