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마다 내신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벌어지는데다 고교별 학력차도 엄존하는 한 내신 위주의 전형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2002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때도 당시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비중을 낮추고 학생부 반영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반복되는 정책=정부는 2002학년도 대입 개선안에서도 '창의적인 학생을 양성하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자원봉사 특별활동 등 비교과 영역을 포함한 학생부 반영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수능 성적통지표도 총점이 기재되지 않고 영역별 표준점수와 9개 등급만을 표기하도록 바뀌었다. 수능 성적이 영역별로만, 또는 등급에 따른 지원자격으로만 활용되도록 해 수능의 영향을 낮추려는 의도였다.
▽효과는 정 반대=현실은 거꾸로 갔다. 전국 대학의 학생부 평균 실질반영비율은 △2002학년도 9.69% △2003학년도 8.85% △2004학년도 8.21% 등으로 해마다 낮아졌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시내 주요 대학의 경우 더욱 현저히 나타났다. 서울대의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이 2002학년도 15%에서 2003학년도 12%, 2004학년도 10%로 계속 낮아진 것을 비롯해 대부분 대학이 전형에서 학생부 성적을 1.5~7.5% 가량만 반영해 왔던 것.
2005학년도 대입에서도 서울시내 주요 대학의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은 연세대 5~9%, 성균관대 5%, 서강대 8%, 한양대 1.5~6%, 경희대 4.4%, 중앙대 5% 등에 머물 전망이다.
▽못 믿을 고교 내신=대학이 학생부 반영률을 낮추는 이유는 고교마다 내신 성적 부풀리기가 만연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해 서울 A고 2학년 국어과목의 경우 173명 가운데 88등으로 평가 대상 가운데 상위 50%에도 들지 못한 학생이 절대평가로 '수'를 받았다.
강원 B고 김모양의 경우 175명 가운데 1등을 한 작문과목도 '수'였고, 72등을 한 수학Ⅱ 과목도 '수'였다.
고교의 내신 부풀이기가 성행하고 있는 데는 대학의 책임도 만만찮다. 서울대가 학생부를 석차백분율에 따른 상대평가로 반영하자 다른 대학들은 이를 피해 일제히 절대평가를 도입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내신 석차가 낮아 서울대에 지원하지 못하는 특수목적고 학생들을 붙잡기 위한 방편이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시험 문제를 어렵게 냈다가는 학부모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는다"며 "학교 시험이 수업의 질과 학생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역할을 포기하고 대입의 전형요소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공정성 확보가 우선=고교와 대학의 입시관계자들은 각 대학이 고교의 내신 성적을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구로고 천희완(千熙完) 교사는 "우선 국립대만이라도 상대평가로 내신을 반영하도록 한 뒤 점차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며 "학교마다 성적심사위원회를 설치해 이의신청 등을 통해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최재훈(崔在薰) 입학실장은 "내신을 석차로 반영한다고 해도 고교별로 현격한 실력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며 "정부에서 각 고교의 실력 차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대학측에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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