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속에 바늘이 들었어요"

  • 입력 2004년 2월 15일 14시 49분


"배 속에 든 바늘 10개를 어떻게 꺼낼까."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40대 남자가 바늘 10개를 삼킨 채 한달이 넘었지만 섣불리 꺼낼 수도 없는 웃지 못 할 상황에 빠졌다.

정신지체 3급 장애를 앓고 있는 안모씨(49·경기 남양주시)가 TV에서 자전거를 뜯어먹는 기인(奇人)을 흉내 내 바늘을 삼킨 것은 지난달 초의 일. 안씨는 지난달 4일 "배가 아프다"며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대 안암병원을 찾았지만 진료 접수만 한 채 사라져 의료진의 애를 태웠었다.

바늘이 찌르는 고통을 호소하며 안씨가 병원을 다시 찾은 것은 지난달 27일. 하지만 이미 10개의 바늘은 시간이 너무 흘러 바늘이 안씨의 몸 속 곳곳으로 퍼져있었다. 게다가 바늘들이 몸 속 장기의 운동으로 계속 돌아다니고 있어 함부로 칼을 댔다간 오히려 안씨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어 병원 측은 수술을 유보한 상태다.

현재 안씨는 "퇴원시켜 달라" "수술시켜 달라"며 정신이 혼미한 모습을 보여 병원 측에선 안씨의 정신과 치료도 병행할 것을 고려 중이다.

담당의사인 김우영씨(28)는 "입원한 후에 증세가 더 심해지진 않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자연적(?)으로 바늘이 몸 밖으로 빠져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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