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외아들(4)을 잃은 주부 박모씨(33)는 13일 오후 6시50분경 협박 전화를 받았다. 박씨는 이날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미아·실종자 찾기 간담회'에 참석한 뒤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와 인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실종자 부모들은 경찰의 초동 수사 미흡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고 최기문(崔圻文) 청장은 "송구스럽다"며 강력 수사 의지를 밝힌 참이었다.
그런데 식사 도중 김모씨(23)가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50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아들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협박을 한 것.
박씨는 경찰청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최 청장은 그 자리에서 수사국장에게 "즉시 수사에 착수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청장의 직접 지시가 떨어지자 경찰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움직였다.
수사국장은 바로 박씨를 경찰청 형사과로 데려간 뒤 휴대전화 발신 추적에 나섰다. 협박범이 전화를 건 곳이 충남지역임을 파악한 경찰은 이 일대에 비상근무 지시를 내렸다.
오후 7시44분, 장소를 옮겨가며 9차례나 협박전화를 걸던 김씨의 위치가 대전 서구 갈마1동 한 버스정거장 앞 공중전화로 드러났다. 그리고 2분 뒤 출동한 인근 지구대 경찰관 2명에 의해 김씨는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아들을 찾기 위해 박씨가 인터넷에 올린 실종자 전단을 보고 협박 전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실제 납치범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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