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진학 기피 전공 어렵기 때문"…수험생 53% 답변

  • 입력 2004년 2월 15일 17시 47분


우리나라 청소년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는 취업에 대한 불안보다 전공공부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지난해 11월 1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인터넷사이트 ‘사이언스올(www.scienceall.com)’을 통해 전국 초중고등학생 170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공계 진로에 대한 학생 인지도 조사’에서 이같이 밝혀졌다.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 가운데 절반 이상인 53%가 이공계 진학을 꺼리는 이유로 ‘어려운 전공 공부’ 때문이라고 응답해 ‘취업이나 장래전망’이라는 응답(29.9%)을 압도했다. 또 장래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란 질문에는 59.5%가 ‘적성’이라는 응답해 취업전망(18.4%)이나 소득수준(15.7%)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과학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초등학생 55.7%, 중학생 45.1%, 고등학생 31.5%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급격히 감소했다. 입시 위주의 학교 과학수업이 청소년들의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 결과를 분석한 서울대 물리교육과 송진웅 교수는 “이런 결과는 이공계 기피 원인이 과학기술인에 대한 낮은 처우나 좁은 취업문 같은 사회적인 문제뿐 아니라 과학에 흥미를 갖지 못하게 하는 현행 교육제도나 교과서에 문제가 있음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꾸준히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번 조사에서 청소년들은 참여하고 싶은 과학 행사로 천문관측(초등학생 10.3%, 중학생 30%, 고등학생 40.6%)과 과학캠프(초등학생 40.3%, 중학생 24.8%, 고등학생 19.7%)를 선호했다. 즉 강연이나 전시회처럼 일방적으로 정보를 얻는 행사보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공계 분야를 선택한 중고등학생이 미래 직업으로 과학자나 의료인을 선택한 기준에 대한 설문도 주목을 끌었다. 과학자를 선택한 학생은 56%가 스스로 결정했고 이는 부모님의 권유에 의한 수(28.1%)보다 약 2배 많았다. 반면 의료인을 선택한 학생은 부모님이 권유한 경우(42.7%)가 스스로 결정한 경우(41.2%)보다 약간 많았다.

송 교수는 “이는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진로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부모나 사회 전반의 과학에 대한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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