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방폐장 갈수록 혼미…주민투표 결과 92%가 반대표

  • 입력 2004년 2월 15일 18시 25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방폐장) 유치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전북 부안의 주민투표에서 반대표가 90% 넘게 나와 앞으로 핵대책위원회 주도의 반대 운동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또 이번 투표 결과가 방폐장 유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다른 자치단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부안 주민투표관리위원회(위원장 박원순 변호사) 주관으로 14일 실시된 주민투표 결과 전체 투표권자 5만2108명 가운데 3만7540명이 투표(투표율 72.04%)에 참가해 3만4472명(91.83%)이 반대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찬성은 2146명(5.71%)에 불과했다.

이날 투표는 부안지역 12개 읍면의 36개 투표소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위도에서는 찬성측 주민 100여명이 투표소를 점거해 투표가 무산됐다.

박 위원장은 개표를 마친 뒤 “핵폐기장 유치에 반대하는 부안 주민의 의사가 표결로 극명하게 나타났다”며 “앞으로 주민 동의 없는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핵대책위측은 “주민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주민 동의 없이 유치 신청을 한 김종규(金宗奎)부안군수의 소환 및 퇴진 운동을 벌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핵대책위는 15일 오후 부안수협 앞에서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방폐장 백지화를 주장하는 ‘부안선언’을 채택하는 한편 삼보일배와 등교 거부 등 그동안의 유치 반대투쟁 자료와 기록을 담은 ‘타임캡슐’을 묻고 기념비를 세웠다. 그러나 범부안군 국책사업 유치추진연맹은 “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정부 주관으로 치러질 주민투표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북도와 부안군은 “정부의 새 후보지 모집 절차에 따라 유치 희망지역의 예비신청이 끝나는 9월 15일 이후 공식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는 “일방적으로 강행된 주민투표의 법적 효력이나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측은 투표 결과를 이용해 정상적 국정 수행을 저해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부안=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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