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 돈 ‘증발’ 철저 추적해야

  • 입력 2004년 2월 15일 18시 54분


재작년 기업들이 한나라당 관계자들에게 준 불법 대선자금 중 상당액이 선거에 사용되지 않고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서 받은 채권 282억원 중 150억원가량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한다. 검찰은 이 돈이 개인적으로 유용되거나 보관된 것으로 보고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정당의 불법 선거자금 수수는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관행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치자. 그러나 이를 당에 전달하지 않고 개인 용도로 사용했거나 감춰 두려 했다면 이는 정말 죄질이 나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정치자금을 만지며 ‘떡고물’을 챙긴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여야를 가를 일이 아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다음 선거비용을 마련하고 심지어 축재나 치부를 하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선거 때 한몫 챙겨 빌딩도 사고 자식에게도 물려준다”는 지난해 대검 중수부장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서도 시중에는 ‘누가 얼마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더라’ 식의 풍문이 나돌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철저하게 찾아내 응징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정치권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의 요체는 바로 깨끗한 정치고,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썩은 정치인을 도려내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련자들도 모든 것을 고백한 후 검찰의 검증을 받는 게 옳다. 사용했거나 보관 중인 불법 자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당 지도부도 이미 불법 대선자금 문제에 속죄하는 뜻으로 당사와 연수원을 팔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선거가 더는 파렴치한 정치인이 한밑천 잡는 호기(好機)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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