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철폐”…50대 비정규직 근로자 분신

  • 입력 2004년 2월 15일 18시 54분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업체에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50대 근로자가 회사 내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해 앞으로의 파장이 주목된다.

14일 오전 5시경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4, 5독 뒤에서 이 회사 협력업체인 인터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퇴직한 박일수씨(50)가 온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자살했다.

박씨는 A4 용지 5장에 ‘하청 노동자도 인간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라’고 쓴 유서를 남겼다.

선박 내 목재가구 설치를 담당하는 회사인 인터기업에 2002년 4월 입사한 박씨는 지난해 8월 휴직했다가 12월 사퇴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이헌구 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한 ‘비정규직 차별철폐 노동탄압 분쇄 고(故) 박일수 열사 분신대책위’를 구성했다. 박씨의 시신이 안치된 울산 북구 화봉동 현대병원 주위에서는 근로자 200여명이 철야농성 중이다.

대책위는 15일 오전 11시 현대병원 주차장에서 열린 추모대회에서 “박 열사의 유족(딸·28)으로부터 장례절차와 보상 등 일체를 위임받았다”며 “박 열사의 유지를 받들어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위해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탁학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박씨의 분신자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짙다”며 “민주노총 주도의 대책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대병원 주변에 3개 중대 400여명의 경찰력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에 앞서 경찰은 14일 오후 9시반경 울산지검 김병현 검사의 지휘로 부검을 실시하려 했으나 농성 근로자들이 “박 열사를 두 번 죽일 수 없다”며 거부해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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