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나흘 앞두고 저 세상으로 떠난 여대생

  • 입력 2004년 2월 16일 14시 35분


9년간 희귀병을 앓으며 병마와 싸워온 여대생이 고대하던 졸업식을 며칠 앞에 두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단국대 건축공학과 졸업반인 고(故) 이은주씨(25·여). 지난해 말부터 지병인 '루푸스'가 악화되는 바람에 "꼭 참석하고 싶다"던 20일 졸업식을 결국 보지 못하고 16일 눈을 감았다.

이씨는 병을 앓는 것을 제외하면 취업준비에 열심이었던 여느 대학생과 다를 바 없었다. 평소 성실히 공부해왔던 이씨는 1급 건축사 기능시험에도 1차까지 합격한 상태. 아버지 이희선씨(55)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였다"며 "겨울 MT도 빠지지 않고 다녀왔는데 그 이후 병세가 악화됐다"며 흐느꼈다.

이씨가 앓아온 '루푸스'는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피부 및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류마티스 질환의 일종. 아직 정확한 병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국내에도 10만명 정도가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가 병에 걸린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의 일. 기나긴 병마에 지쳤을 법도 하건만 이씨는 그다지 힘든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같은 과 단짝인 김경훈씨(25·여)는 "건축공학과라 밤샘 작업도 많았지만 빠지는 법이 없었다"며 "워낙 밝은 친구라 몇몇을 제외하곤 병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비보를 전해들은 단국대 측은 평점 B학점을 넘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학점을 모두 이수한 이씨를 위해 일단 학위증을 고인의 영전에 바치기로 결정했다. 졸업식에서도 이씨를 위해 특별한 시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버지 이씨는 "부모에겐 무엇 하나 아쉬울 것이 없는 고마운 딸이었다"며 "이 일로 인해 루푸스를 앓는 환자와 가족에 관심을 늘어난다면 딸아이도 기뻐할 것"이라며 목이 메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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