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건축공학과 졸업반인 이은주씨(25·여)는 지난해 말부터 지병인 ‘루푸스’가 급작스럽게 악화되는 바람에 20일 열리는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16일 눈을 감았다.
이씨는 병을 앓는 것을 제외하면 취업준비에 열심이었던 여느 대학생과 다를 바 없었다. 평소 성실히 공부해 왔던 이씨는 1급 건축사 기능시험 1차에 합격한 상태.
아버지 이희선씨(55)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였다”면서 “학과 겨울수련회도 빠지지 않고 다녀왔는데 그 이후 병세가 악화됐다”며 흐느꼈다.
이씨가 앓아 온 루푸스는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피부 및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류머티즘 질환의 일종.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국내에서도 10만명 정도가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가 병에 걸린 것은 중학교 3학년 때. 이후 오랫동안 병마에 시달려 왔으나 별로 힘든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고 친지들은 전했다. 같은 과 단짝인 김경훈씨(25·여)는 “건축공학과라 밤샘 작업도 많았지만 빠지는 법이 없었다”면서 “워낙 성격이 밝은 친구라 몇몇을 제외하곤 병이 있는 줄도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비보를 전해들은 단국대측은 평점 B학점을 넘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학점을 모두 이수한 이씨를 위해 일단 학위증을 고인의 영전에 바치기로 결정했다. 졸업식에서도 이씨를 위해 특별한 시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버지 이씨는 “부모에겐 무엇 하나 아쉬울 것이 없는 고마운 딸이었다”며 “이 일로 인해 루푸스를 앓는 환자와 가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다면 딸아이도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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