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청소년유해물 기준서 동성애 삭제

  • 입력 2004년 2월 17일 19시 17분


코멘트
▼사회적 인식 아직 부족…의견수렴 거쳐야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기준에서 동성애 부분을 삭제한 것은 동성애자들의 권익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논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만약 이 법이 시행돼서 사회적 논란이 커졌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 동성애 부분 삭제는 감성이 예민한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뿐 아니라 자칫 동성애 자체를 장려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풀어야 한다. 일시적 여론이나 일방의 주장에 휩쓸려 중요한 정책이 함부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 과거 우리는 긴 안목 없이 정책을 결정해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보았던가.

한영순 자영업·서울 성동구 성수동

▼문화 다양성 존중하는 사회 긍정효과 기대

동성애는 개인의 성적 취향이다. 동성애 관련 정보가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지레짐작해서 이를 막는 것은 청소년의 지적(知的) 판단력을 무시하는 것이다. 동성애 장면을 보면 한 번쯤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동성애를 하게 될 것이라든지 왜곡된 성 가치관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청소년의 입장에서 보면 기우다. 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동성애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과거 음지에 있던 동성애 관련 정보가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양지로 떠오른다면 청소년의 성문화가 오히려 밝은 방향으로 재정비되지 않을까. 이번 법 개정은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진일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은선 고등학생·충남 천안시 원성동

▼ ‘동성애 미화’ 청소년들 어떻게 받아들일까

만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여러 종류의 만화를 보고 만화방에도 자주 가는 편이다. 만화방에 오는 중고교생들이 자주 보는 만화에 동성애 표현이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남자와 남자가 애정 표현을 하고 여자 사이의 성 접촉을 미화해 놓은 것을 보고 청소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러웠다. 청소년 시절은 아직 사고와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불안정한 시기다. 사회는 이런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규범과 사상을 심어줘야 한다. 만약 동성애 금지조항이 동성애자들의 주장대로 차별적 조치이고 행복추구권을 위반하는 것이라면 사회의 다른 부분과 영역부터 인식 개혁을 시작해야지 청소년보호법 유해매체물 심의기준에서 이를 삭제하는 것부터 시작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배한진 대학생·부산 수영구 광안동

▼무조건 통제 적절치 않아…심의기관 믿어보자

부산보호관찰소에서 15년간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있다. 청소년을 지도하며 느낀 것은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올바른 성 의식이나 성폭력 예방 교육을 제공하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으면서 이들을 통제하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이제 청소년을 어떤 틀 속에 가둬놓고 키우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복잡해졌다. 동성애 관련 정보도 유해정보로 분류해서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또한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 기준에서 동성애 부분을 삭제한다고 해서 동성애에 대한 내용이 마구잡이로 영상물이나 인터넷, 도서 등에 표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간행물윤리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에서 자체 심의 기준에 따라 청소년이나 사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표현에 대해 적절한 통제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천원기 청소년보호관찰사무관·부산 금정구 청룡동

▼안내▼

다음주 ‘독자토론마당’ 주제는 ‘교사다면평가제에 학부모 참여 논란’입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7일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하면서 교장, 교감과 동료교사, 학부모 등이 교사 평가에 참여하는 교사다면평가제의 도입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수평가를 받은 교사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되 학습지도력이 부족하다고 판정된 교사는 특별연수 등을 받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교사 평가에 학부모를 참여시키는 방안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이 경우 교권의 독립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반면 학부모에 의한 교사 평가는 교사의 학생지도 열의를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500자 정도로 정리해 다음주 월요일(2월 23일)까지 본사 기획특집부로 팩스(02-2020-1299) 또는 e메일(reporter@donga.com)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실명(實名)과 주소, 전화번호 등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채택된 글에 대해선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