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 1주년 추모식 "맺힌 恨 풀고 편히 쉬소서"

  • 입력 2004년 2월 18일 18시 42분


192명의 고귀한 인명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지 18일로 꼭 1년이 지났다. 이날 참사 현장인 지하철 중앙로역 바로 위의 중앙로에서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다. 유가족들이 희생자 영정 앞에 헌화하거나 영정을 쓰다듬으며 애통해 하고 있다.  -대구=박영대기자
192명의 고귀한 인명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지 18일로 꼭 1년이 지났다. 이날 참사 현장인 지하철 중앙로역 바로 위의 중앙로에서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다. 유가족들이 희생자 영정 앞에 헌화하거나 영정을 쓰다듬으며 애통해 하고 있다. -대구=박영대기자
‘통곡의 아픔과 찢긴 가슴도 삶의 한 부분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당신이 떠난 그곳에 하얀 꽃 한 송이 놓고 갑니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1주년이 되는 18일 오전 대구 중구 지하철 중앙로역의 지상 도로인 중앙로에서 유족과 시민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추모식은 사망자 192명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제단 앞에서 희생자의 넋을 부르는 풍물단의 진혼북 공연 및 묵념, 분향 헌화, 종교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참사 발생 시간인 오전 9시53분에 맞춰 추모 사이렌이 울리자 고인들을 위한 묵념을 올렸으며 시민들도 가던 걸음을 멈추고 묵념하는 등 애도를 표시했다.

유족 대표 김대율씨가 “못 다한 일 이룬다 한들 세상만사 부질없다 여기시고 맺힌 한을 이제 그만 놓으시어 저 세상, 그곳에서 행복하게 지내시라”며 추도사를 낭독하자 참석자들이 곳곳에서 흐느끼거나 눈시울을 붉혔다.

고건(高建) 국무총리는 강동석(姜東錫) 건설교통부 장관이 대신 읽은 추도사에서 “영령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안전관리 체계를 확립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은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는 남아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먼저 가신 넋들은 우리가 아픔을 딛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 등 여야 3당 지도부도 추모식에 참석했다.

이날 추모 현수막이 곳곳에 걸린 대구 중앙로역 일대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가족과 부상자, 시민 등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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