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이젠 말해야 한다

  • 입력 2004년 2월 18일 18시 44분


2002년 대선 당시 삼성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으로 자금실무를 총괄한 김인주 사장이 18일 검찰에 소환됐다.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엄청난 비중으로 볼 때 삼성 경영진에 대한 형사소추 여부와 수위는 경제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다. 삼성 경영진이 대선자금의 진실 규명에 적극 협력하기를 바란다. 자수와 자복은 소추의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삼성 경영진은 한나라당과 노무현 후보 캠프에 제공한 불법자금의 액수, 조성 경위, 전달 경로 등에 관해 똑같이 진실을 말해야 한다. 야당 후보에게 370억원대의 자금을 건네면서 여당 후보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면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현재의 권력과 관련된 부분이라 해서 덮는다면 삼성도, 검찰도, 노 대통령측도 언젠가는 그 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불법대선자금 문제로 삼성은 이미 신뢰성과 기업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신뢰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삼성이 경영실적, 지명도, 기술력 등에서 세계 정상급에 올라 있지만 시장의 신뢰를 다시 찾지 못한다면 진정한 세계 일류기업이 되기는 어렵다. 이는 한국 경제의 장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제공한 불법 자금의 전모를 솔직히 고백, 사죄하고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의혹을 계속 남기는 것보다 기업의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고, 이 나라 정치 발전과 정경유착 관행 타파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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