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반부터 정치권에 몸담아 온 한 민주당 3선 의원은 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의원들의 이적료 수수 논란이 불거진 18일, 이렇게 말했다.
이승만(李承晩), 박정희,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정권으로 이어지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여권은 돈과 이권, 자리보장 등의 ‘당근’과 비리나 여자관계 폭로 등의 ‘채찍’을 통해 야당 의원 빼가기를 일삼아 왔다.
특히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중앙정보부가 이 같은 공작의 전면에 나섰다는 것은 이제 상식으로 통한다.
그러나 1993년 김영삼 정권 출범 이후 정보기관을 동원한 협박 등 극단적인 정치공작은 사라졌다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얘기다.
다만, 당적 변경 후 지구당 창당 자금이나 총선자금 등의 명목으로 일정한 액수의 ‘특별 지원금’이 지불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당적 변경의 대가로 장관이나 국회 상임위원장 등의 자리를 챙긴 의원들도 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적 변경 교섭 과정에서는 어떤 ‘거래’가 있었을까.
문제가 된 의원들은 거액의 이적료 수수 여부에 대해 한결같이 “입당의 대가로 단 한푼도 받은 사실이 없다. 대선 때 반노(反盧) 행보를 보인 의원들에 대한 미운털 뽑기이자 정치적 박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측도 “이회창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앞 다퉈 입당하려는 의원들에게 스카우트비를 줄 이유가 있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이들의 한나라당행 이후 정치권 주변에서는 입당 의원들이 공천 보장은 물론이고, 일부 거물급 인사는 대선 승리 후 장관 자리를 보장받기도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탈당과 함께 5000만원 △활동비 1억5000만원 △추가 요구시 5000만원 등이 지급됐다는 얘기도 있으나, 당사자들은 “중앙당에서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선거운동비를 조금 받은 게 전부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적료 논란으로 이들 의원은 궁지에 몰리게 됐다. 중앙당도 여론의 추이에 신경을 쓰며 철새 의원들의 공천 배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적료 논란에 휩싸인 한나라당 의원들의 해명 | ||
출신 | 의원 | 해명 |
민주당 | 강성구 | 이적료를 받았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 대선 때 5000만원가량의 대선 지원금이 내려왔고 이회창 후보 당선을 위해 모두 썼다. 추가로 내 돈까지 썼다. |
김원길 | 탈당 후 지구당 정리 비용 및 선거운동비용 등의 명목으로 5000만원을 지원받았고 모두 썼으며 추가로 내 돈까지 썼다. 내가 5000만원 받고 당을 옮길 사람이냐. | |
김윤식 | 이적료는 터무니없다. 다만, 중앙당에서 일률적으로 내려 보내는 선거운동비를 조금 받은 게 있다. | |
박상규 | 중앙당에서 5000만원을 받아 민주당 탈당에 반발하는 지역구민들을 달래는 비용 등으로 썼다. | |
원유철 | 입당을 조건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 | |
이근진 | 불법 자금 받은 사실이 없다. 이 정부가 미운털 박힌 사람을 음해하기 위해 술수를 부리고 있다. | |
전용학 | 지구당 창당대회 비용으로 5000만원을 지원받았으며 지구당에서 모두 회계처리했다. 1억50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 |
자민련 | 이양희 | 1원 한 푼도 받은 적 없다. 자민련 의원들이 한나라당에 간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에서 받을지 말지를 놓고 고민했다. 이적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
이완구 | 나는 스스로 입당했기 때문에 조건이 있을 수 없다. | |
이재선 | 커피 한 잔도 못 얻어먹었다. 만약 그런 얘기가 있다면 조사하면 될 것이다. | |
민국당 | 한승수 | 16대 총선 이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요청으로 복당을 했기 때문에 금전적 거래는 있을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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