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한때 기업형 포장마차를 막기 위해 보도블록까지 철거했던 강남구가 태도를 바꿔 불법 노점상에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강남구는 18일 “테헤란로를 노점상 없는 거리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주변 노점상 140여개를 인근 건물에 일괄 입주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7월 말까지 70억∼100억원을 들여 대치동과 지하철2호선 강남역, 역삼역 주변 건물 한 곳을 매입할 계획.
술을 파는 노점상은 입주를 제한하며 수공예 패션타운이나 순대 떡볶이 등 먹을거리 장터 등으로 업종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구는 상가건물 임대계약 예산으로 10억원을 마련했고 내달 중 공무원과 노점상 등으로 ‘노점상 상가 조성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입주하는 노점상에는 최소한의 계약금과 임대료만 받는다.
강남구는 지난해 9월부터 테헤란로 일대 140여개 노점상에 대한 단속을 벌여 현재 남아 있는 노점상은 30∼40개. 그러나 노점상 집기 등을 압수해 과태료를 부과해도 노점상들이 다시 장사를 하는 일이 반복되자 근본적인 대책으로 노점상 건물을 마련하게 됐다.
이에 대해 관련 노점상들은 실현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면서도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 있게 됐다”며 크게 반기는 분위기.
그러나 상가에 입주한 상인들과 시민들은 100억원의 세금을 들여 일부 노점상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점상 정비대책 차원이라 해도 이번 강남구의 대책은 대한민국 노점상 모두를 구제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만약 다른 구의 노점상들까지 나서 똑같은 지원책을 요구할 경우 불법 노점상에 막대한 세금을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
한편 전국노점상연합측은 건물 입주 전까지 노점상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구가 불법 노점상 영업은 불가능하다는 방침이어서 구와 노점상간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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