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초등생 살해' 용의자 검거…중학생 혼자 범행 의문점

  • 입력 2004년 2월 18일 19시 04분


《경기 부천시 초등학생 살해사건과 관련해 경기 부천남부경찰서는 18일 유력한 용의자로 중학교 2학년생 A군(15)을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날 경찰은 “17일 오후 A군을 붙잡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기현(12) 임영규군(11)을 산으로 유인해 목 졸라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A군은 경찰에서 “돈이 필요해 지난달 14일 부천시 원미구 소사동 K연립주택 앞에서 놀던 윤군 등에게 ‘내가 잡아 놓은 뱀을 보여 주겠다’고 속여 인근 춘덕산으로 데려갔으나 돈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울기 시작해 차례로 목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A군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고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범행을 입증할 물증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수사 상황=경찰은 우선 A군이 두 초등학생을 살해할 당시 형(20세)의 운동화를 신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숨진 윤군 등의 시체에서 발견된 운동화 발자국과 일치하는지 확인 중이다.

또 시체 발견 현장에서 발견된 A자형 완력기에 대해 A군이 “내가 사용하던 것이 맞지만 사건 발생 전에 잃어버렸다”고 진술함에 따라 지문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경찰은 A군이 동네 주변 불량배들과 자주 어울렸다는 제보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다른 용의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하고 있다.

▼관련기사▼
- 부천 초등생 살해 용의 중학생 체포

▽진술의 신빙성=경찰에 따르면 A군은 주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도로변 갓길을 따라 두 초등생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살해 장소인 춘덕산 정상 부근에 도착한 A군은 윤군 등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했으나 가진 것이 없는 두 초등생이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자 우발적으로 윤군을 먼저 목도리로 목 졸라 살해한 뒤 이어 임군도 살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A군은 범행 시간과 춘덕산까지의 이동 경로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진술을 번복하기도 해 경찰은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또 신체적으로 충분히 저항할 수 있는 윤군 등의 몸에 반항한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A군이 혼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검거 경위=경찰은 지난달 30일 윤군 등의 시체가 발견된 이후 이들이 다니던 D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탐문수사를 벌여 왔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중학생으로 보이는 형들이 인적이 없는 골목길로 데려가 허리띠로 목을 조르고 때린 뒤 돈을 빼앗았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동네 불량 청소년을 중심으로 조사해 왔다.

또 인근 중학교를 대상으로 장기 결석자를 조사한 결과 A군 등 5, 6명이 가출한 뒤 학교에 나오지 않고 비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이들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특히 A군이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장기 결석하며 학교 주변을 배회했으나 사건 이후 행방을 감췄다는 제보에 따라 17일 친구(15)의 집에 있던 A군을 검거했다.

▽검거 경위=경찰은 지난달 30일 윤군 등의 시체가 발견된 이후 이들이 다니던 D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탐문수사를 벌여 왔다.

또 인근의 중학교를 대상으로 장기 결석자를 조사해 A군 등 5, 6명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특히 A군이 평소 학교 주변을 배회하다 사건 이후 행방을 감췄다는 제보에 따라 17일 친구(15세)의 집에 있던 A군을 검거했다.

용의자 가족들 “미성년 연행” 반발

▽주변 반응=A군이 범행을 자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숨진 두 초등생의 가족과 동네 주민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충격에 휩싸였다.

윤군의 아버지(43)는 “기현이와 영규를 발가벗긴 뒤 죽인 범인이 A군이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며 오열했다. 그러나 A군의 가족은 경찰이 미성년자를 보호자의 동의 없이 연행해 조사했다며 경찰서를 찾아가 항의하는 등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신경정신과 정유숙(鄭有淑) 교수는 “범행수법이 잔인해 중학생의 범행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만약 A군이 진짜 범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행동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린이청소년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강지원(姜智遠) 변호사는 “미성년자인 A군의 진술만을 믿고 범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며 “어린이를 상대로 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성교육을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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