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대둔사 주지인 진오(眞悟·41)스님은 자신과 주위 사람 등의 노력으로 올 5월 경북 경주에서 불교계가 개최하는 마라톤대회가 처음으로 열리게 돼 뿌듯하다고 18일 밝혔다.
불국사와 경주시 등이 공동 주최하는 ‘불기 2548년 부처님오신날 기념 제1회 경주남산 산길 마라톤대회’(참가신청 www.buddhamarathon.com)가 5월 16일 열리기로 지난달 확정된 것.
진오스님은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이 마라톤대회에 108명의 스님이 뛰도록 하기 위해 요즘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20km 산길마라톤과 장애우를 위한 10km 걷기 등 두 종목으로 나눠 열리는데 원만한 진행을 위해 참가인원을 일반인 2000명, 장애우와 봉사자 548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진오스님은 “이번 대회는 교통통제가 필요 없는 산길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마라톤인 데다 수익금으로 전동휠체어(대당 300만원)를 마련해 중증 장애우들에게 나눠줄 예정이어서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인스님’으로 불린다. 지난해 8월 제주도 중문해수욕장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에 서 제한시간(17시간)을 4시간 이상 앞당긴 12시간27분47초의 기록을 수립했기 때문.
그는 또 지난해 3월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등 2002년부터 풀코스 3회, 하프코스 12회 등을 완주했으며, 풀코스 최고 기록은 3시간13분대다.
2002년 건강이 나빠져 주위의 권유로 마라톤을 시작했다는 그는 달리기를 하면 모든 번뇌를 잊고 집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동물보호에도 앞장서 대둔사 경내에서 버림받은 개들을 돌보고 있는데 달리기를 할 때 앞뒤로 ‘동물사랑’과 ‘자비광명’이라는 글을 새긴 유니폼을 입기도 한다.
진오스님은 “마라톤은 신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고, 수행은 자신의 내면적 한계를 향한 도전”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좌선(坐禪)과 비교해 마라톤을 ‘주선(走禪)’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구미=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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