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충남 천안시 나사렛대 졸업식장에서는 모자(母子)가 함께 졸업장을 받는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날 졸업하는 신학부 박영빈씨(24)와 박씨의 어머니 이덕남씨(53).
이들 모자는 같은 대학에 함께 다닌 것은 아니다.
생후 11개월 때 열병으로 전신지체 장애인이 된 채 대소변은 물론 식사조차 하지 못하는 박군을 4년 동안 뒷바라지 한 이씨의 희생을 기리고자 대학 측이 명예졸업장을 주기로 한 것.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이씨는 아들의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4년 전 대학에 합격한 아들을 따라 부산에서 천안으로 거처를 옮겼다. 남편과 큰 아들을 부산에 남겨둔 채 학교 앞에 다락방을 얻은 것.
이후 학교 구내식당에서 허드렛일을 맡으면서 아들이 4년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강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씨는 아들에게 “인생은 장미꽃이 피어 있는 탄탄대로가 아니다”는 프랑스 시인 로망 롤랑의 글귀를 인용하며 격려했다.
박군의 평점은 4.5점 만점에 3.8점.
이씨는 “밤늦게 아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줄 때가 가장 기뻤다”며 “어미의 도리인데도 명예졸업장까지 준다니 더 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앞으로 훌륭한 목회자가 돼 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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