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장애아들 뒷바라지 母情에 '졸업장'

  • 입력 2004년 2월 18일 21시 54분


“아들 졸업만으로도 만족하는데 저한테도 졸업장을 준다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19일 충남 천안시 나사렛대 졸업식장에서는 모자(母子)가 함께 졸업장을 받는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날 졸업하는 신학부 박영빈씨(24)와 박씨의 어머니 이덕남씨(53).

이들 모자는 같은 대학에 함께 다닌 것은 아니다.

생후 11개월 때 열병으로 전신지체 장애인이 된 채 대소변은 물론 식사조차 하지 못하는 박군을 4년 동안 뒷바라지 한 이씨의 희생을 기리고자 대학 측이 명예졸업장을 주기로 한 것.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이씨는 아들의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4년 전 대학에 합격한 아들을 따라 부산에서 천안으로 거처를 옮겼다. 남편과 큰 아들을 부산에 남겨둔 채 학교 앞에 다락방을 얻은 것.

이후 학교 구내식당에서 허드렛일을 맡으면서 아들이 4년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강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씨는 아들에게 “인생은 장미꽃이 피어 있는 탄탄대로가 아니다”는 프랑스 시인 로망 롤랑의 글귀를 인용하며 격려했다.

박군의 평점은 4.5점 만점에 3.8점.

이씨는 “밤늦게 아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줄 때가 가장 기뻤다”며 “어미의 도리인데도 명예졸업장까지 준다니 더 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앞으로 훌륭한 목회자가 돼 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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