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한나라 재정국장 “SK그룹 돈 100억원 불법성 알고 받았다”

  • 입력 2004년 2월 19일 18시 36분


불법 대선자금 수수과정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현(李載賢)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은 19일 “SK그룹에서 100억원이나 되는 돈을 수차례에 걸쳐 받으면서 불법성을 몰랐다면 거짓말”이라며 대선자금의 불법성을 알았음을 시인했다.

이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金秉云 부장판사)의 심리로 이날 열린 속행공판에서 “당시 당에 들어온 SK 자금이 부정한 돈임을 직감하면서도 회계책임자로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기업체로부터 모금된 돈은 재정위원장실에 주로 보관했으나 공간이 부족해 일부 재정국장실에 두기도 했다”고 말해 당시 한나라당이 받은 정치자금의 규모를 실감케 했다.

이씨는 “당시 후원회를 통해 모금한 정치자금은 100억원 정도였으며 대선을 치르기엔 부족해 기업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자는 논의가 나왔다”며 “최돈웅(崔燉雄) 의원이나 서정우 변호사가 ‘돈이 준비됐으니 대기하고 있으라’는 연락을 해온 적이 있지만 사전에 그들과 공모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정우 변호사에 대한 공판도 같은 재판부의 심리로 열렸으며 서 변호사가 현대자동차로부터 받은 자금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먼저 요구했는지를 가리기 위해 재판부는 최한영(崔漢英) 현대자동차 부사장을 증인으로 소환키로 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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