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부패정치 추방을 강조하면서 자신에게 제기된 불법 경선자금 문제 하나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정 의장은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썼다”고 비켜갔는데 그래서야 ‘깨끗한 정치’의 이미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정신적 여당을 자임하면서 노무현 정부 1년의 실정(失政)과 비리 의혹, 대선 당시 노 캠프의 불법 선거자금 문제 등에 대해 진지한 반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은 것도 문제다.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가 55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이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가 드러나는 등 집권세력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안씨는 어제 공판에서 자신이 받은 돈을 ‘향토장학금’에 비유했다. 실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궤변이다.
그런데도 정 의장은 “차떼기한 것과 우리를 비슷한 선에서 보면 안 된다”며 불법자금의 상대적 측면만을 강조했다. 도덕성의 잣대는 불법자금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그것을 뛰어넘어 국민 앞에 진정으로 통회(痛悔)하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 그럴 때만이 우리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 의장은 취임 후 정치행보와 관련해 “이벤트는 강한데 콘텐츠는 아직…”이라는 세간의 지적을 받고 있다. 지금 정 의장과 우리당이 해야 할 일은 화려한 ‘이벤트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그것 없이는 새로운 정치가 이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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