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비자금’ 의심 100억 추가포착…측근통해 관리

  • 입력 2004년 2월 19일 18시 51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이 19일 오후 1시경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변영욱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이 19일 오후 1시경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변영욱기자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의 감춰진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100억원대의 돈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전씨 비자금을 어디까지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은 전씨가 1995년 12월 검찰에 출두한 이후 8년여 만인 19일 전씨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조사했다.

▽전씨 조사 상황=유재만(柳在晩) 대검 중수2과장 등 수사팀이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이날 오후 1시경부터 오후 8시20분경까지 7시간 넘게 전씨를 조사했다.

전씨는 이날 양복 차림으로 거실 옆 집무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전씨는 검사들의 질문에 대체로 순조롭게 진술했으나 100억원의 출처 등 민감한 사안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했다.

검사들은 이날 전씨에 대해 전혀 호칭을 쓰지 않았다. 전씨는 저녁 식사도 거른 채 7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전씨는 다소 긴장한 탓인지 조사 중간에 설사 증세를 호소해 화장실을 자주 갔다 왔다 한 것으로 전해졌다.

▽100억원의 전망=이 돈은 전씨 비자금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검찰은 이 돈이 전씨의 비자금 가운데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00억원 가운데 6000만원이 연하장 인쇄비 등 전씨를 위해 직접적으로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100억원이 전씨의 미납 추징금을 찾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이 돈이 1800억여원대에 달하는 전씨의 미납 추징금 저수지로 통하는 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씨 차남인 재용씨 괴자금 167억원에 유입된 전씨 비자금(73억여원)은 검찰이 96년 전씨 비자금 수사 때 확인했던 2205억원의 일부지만 이 100억원은 검찰이 당시 찾지 못했던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말했다.

검찰이 100억원 가운데 일부가 재용씨의 계좌에서 입출금된 정황을 확보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 돈이 전씨의 것이 아니라면 재용씨 계좌로 갈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미국으로 도피한 장모씨 등 자금 관리인 3명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전씨와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전씨에게서 거액의 비자금을 받아 관리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재용씨가 괴자금 167억원 가운데 채권 37억원을 조만간 자진해 제출키로 함에 따라 이를 정밀 추적해 167억원 가운데 73억여원을 제외한 나머지 93억여원이 전씨 비자금인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검찰이 전씨에게 소환을 통보하더라도 전씨가 이에 응할 가능성이 낮고 장씨 등 자금 관리인의 소재를 빨리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전씨 비자금 수사가 장벽에 부닥칠 수도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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