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즘 고열 및 심장질환 예방에 쓰이며 매독 편도염 등 각종 질병 치료에 필수적인 약품인 페니실린 계열의 ‘벤자틴 페니실린 G’를 지난해 말부터 구할 수 없어 해당 질병 환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이 항생제는 일반 페니실린과 달리 체내 흡수 속도를 늦춰주는 벤자틴 성분이 결합돼 있어 일반적으로 15∼30일에 한 번씩 투약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약품을 독점 생산해온 한올제약은 2002년 12월 ‘수지가 맞지 않아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생산을 중단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재고마저 바닥났다.
정부는 질병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약품을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 생산원가 등을 지원해 항상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
보건복지부는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이 약품을 대체할 약품을 찾도록 뒤늦게 지시하는 한편 진상 파악에 나섰다.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 병원들은 이날 “다른 항생제로 임시 처방을 내리고 있지만 이 약품을 완벽하게 대체할 약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 성바오로병원 관계자는 “류머티즘 환자 등 일부 환자들에게 처방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머티즘으로 인한 고열과 심장질환을 막기 위해 18년째 매달 이 약품을 투약해 온 정정희씨(48·서울 노원구 공릉동)는 “이 약품을 투약하지 못해 목과 가슴이 아프고 열이 나지만 속수무책으로 약을 구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올제약측은 “‘벤자틴 페니실린’이 그렇게 중요한 약품인지 몰랐다”면서 “주사액 한 병 가격이 600원 정도이며 수요량도 1년에 1500병 정도여서 생산 허가를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양준호(楊峻昊) 사무관은 “‘벤자틴 페니실린’을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정우진(鄭宇鎭) 교수는 “퇴장방지 의약품 지정을 제약사나 의사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서 “질병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을 검색하고 지정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한올제약이 약품 생산을 재개하는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으나 생산시설을 갖추고 지원액을 결정하는 데 최소한 4, 5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 환자들의 피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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