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졸업 25년만에 학사모 쓴 시각장애인 박성주씨

  • 입력 2004년 2월 19일 19시 05분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50대에 대학을 졸업한 시각장애인 박성주씨.  -청주=장기우기자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50대에 대학을 졸업한 시각장애인 박성주씨. -청주=장기우기자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장애인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고교를 졸업한 지 25년 만인 2002년 충청대 아동복지학과(야간)에 입학했던 시각장애인 박성주(朴成柱·51·장애인연합회 충북지부장·사진)씨가 20일 ‘빛나는 학사모’를 쓴다.

대학측은 자식뻘인 학생들과 경쟁하면서도 모범적 생활로 4.5점 만점에 평점 4.16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둔 그에게 특별상을 줄 계획이다.

9세 때 부모를 잃고 충북 청주시의 한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박씨는 11세 때 친구가 던진 돌에 맞아 오른쪽 눈을 잃었고 왼쪽 눈마저 시력이 약해져 17세에 시각장애인이 됐다. 그는 1966년 청주맹학교에 입학해 중고교 과정을 마친 뒤 안마사와 침술사 자격을 얻었다. 이후 결혼해 두 딸을 얻고 행복하게 살아왔다.

장애인을 무시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던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대학에 도전장을 냈고, 당당히 합격했다.

낮에는 침술원을 운영하고 오후 6시 이후 시작하는 ‘늦깎이 대학생’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의 도움으로 2년 동안 하루를 제외하곤 수업을 빼먹은 적이 없다.

그는 강의 내용을 녹음한 뒤 자원봉사자와 대학생 큰딸(23)의 도움을 받아 일일이 점자로 바꿔 공부했다. 시험기간이면 밤을 꼬박 새웠고 그 결과 평점이 4.0 이하로 내려간 적이 한번도 없었다. 같은 과 학생들은 그를 “형” “오빠”로 부르며 따랐다.

박씨는 “눈과 손과 발이 돼 도와준 가족과 동료학생,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장애인 심리상담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4년제 대학에 편입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