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나라, 이인제씨측에 5억 전달”

  • 입력 2004년 2월 20일 18시 21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安大熙 검사장)는 자민련 이인제(李仁濟·총재권한대행) 의원이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서 불법자금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다음 주 초 이 의원을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돈이 오간 시점은 이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자민련에 입당한 직후인 2002년 12월 초이며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에 대한 지원유세를 부탁한다”는 말도 함께 전달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회창 후보의 정치특보였던 이병기(李丙琪)씨가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던 김영일(金榮馹) 의원과 상의한 뒤 이 의원의 공보특보였던 김윤수(金允秀)씨에게 5억원을 건넸다는 관련자 전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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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이씨에게서 사과상자 2개에 담긴 현금 5억원을 건네받아 이 중 2억5000만원만 이 의원의 부인 김은숙(金銀淑)씨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2억5000만원은 착복했다. 김씨는 가로챈 2억5000만원을 개인 빚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20일 밤 김씨를 정치자금법 위반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검찰은 또 이날 정치권에 불법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영훈 전 굿머니 대표를 검거했다. 김영훈씨의 자금 모금책이었던 김진희(金眞姬)씨는 국회 청문회에서 “대선 전 현금 20억원을 마련해 노무현(盧武鉉) 후보 캠프 등에 전달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김영훈씨는 2002년 김천상호저축은행에서 544억원을 사기 대출받은 혐의로 기소중지돼 1년 가까이 도피생활을 해 왔다.

한편 검찰은 20일 신동빈(辛東彬) 롯데그룹 부회장이 소환에 응하지 않아 신동인(辛東仁) 롯데쇼핑 사장과 김병일(金炳一) 롯데호텔 사장 등을 먼저 조사했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신 부회장에게 자진 출석하도록 설득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노 후보 캠프 등에 불법자금을 건넨 혐의로 이틀째 조사한 중견 건설업체 ㈜부영의 이중근(李重根) 회장을 이날 일단 귀가시켰으며 추후에 이번 사건에 연루된 다른 기업인들과 함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일괄 결정키로 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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