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산길 곳곳에서 목격되는 무질서가 기분을 상하게 했다. 바위 틈새에 숨겨 놓은 비닐봉투, 곳곳에 널린 과일 껍질과 음식물 찌꺼기, 보란 듯이 나뭇가지에 ‘예쁘게’ 꽂아놓은 페트병, 소주병과 맥주 캔, 담배꽁초….
한 30분쯤 올랐을까. 한 무리의 등산객이 대담하게도 굵은 통나무를 모아 장작불을 지펴가면서 취사를 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우리에게 큰소리로 웃으면서 “추운데 불 좀 쬐고 가라”며 ‘친절’까지 베풀었다. 국립공원 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조금 더 가서 또 한 무리를 만났다. 그중 한 아주머니가 신문지를 펼쳐 놓고 배와 귤 껍질을 싸고 있었다. 가지고 가려나보다 했더니 웬걸, 뒤편 산비탈로 홱 던져버렸다. 화가 치밀었다. 더구나 그 아주머니는 자리를 뜨면서 물이 3분의 2가량 남아 있는 페트병을 그대로 놓고 가는 것이었다.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물병 가져가시죠”라고 했더니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이 마실 수 있잖아요”라고 했다. 내가 다시 “아주머니 같으면 아무렇게나 버려진 물을 그냥 마시겠습니까”라고 했더니 그제야 못마땅한 듯 페트병을 집어 들었다.
의식이 없는 것이다. 나는 ‘자연은 우리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서 잠시 빌려온 것’이라는 말이 참으로 절묘하다고 생각한다. 음식들이 담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산에 오르기도 했으면서 하산 길에 빈 껍질을 되가지고 가는 게 무에 그리 어렵단 말인가. 후손들 보기에 답답한 일이다.
남정선 월간 ‘헤드라인 뉴스’ 근무·서울 성북구 성북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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