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밝힌 이 치안감의 혐의는 무려 7건. 그 중에는 증권사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주식투자로 손해 본 돈을 도로 받아낸 혐의도 있었고, 부속실 순경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해 그 계좌로 부동산 투자를 한 혐의도 있었다.
치안감은 치안총감(경찰청장), 치안정감(서울지방경찰청장 등)에 이은 경찰 직제상 3번째 직급이며 현직 경찰관 중 19명밖에 없는 최고위직. 경찰 수사 발표대로라면 이 치안감은 경찰 최고위직 자리를 이용해 갖은 사익(私益)을 챙긴 셈이다.
그 동안 문제가 됐던 이 치안감의 비리는 2002년 그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으로 재직할 때 K대 재단자금횡령 고발 사건의 수사 기밀을 K대 측에 미리 누설했다는 것. 그러나 경찰은 이날 이 치안감의 더 많은 비리 혐의를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치안감은 1999~2002년 8억원 정도로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3억원이 넘는 손해를 보자 증권사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당신 말 믿고 투자하다 손해를 봤으니 보상하라"고 요구했다는 것. 증권사 직원들은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법인카드로 돈을 송금하는 등 모두 1억5000여 만원을 이 치안감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치안감은 2000년 사무실 부속실에 근무하는 순경 이름으로 은행 계좌를 만든 뒤 이 계좌를 이용해 경기 안면도 지역 부동산에 투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투자로 이 이 치안감은 1년 만에 2억원 가량의 차액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01년 5월경 이 치안감은 전직 정부 고위관료 인척의 부탁으로 진행 중이던 수사를 중단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 은행 여직원이 카드발급 실적을 높이려고 공문서에 첨부된 공무원의 신분증을 이용, 신용카드를 마구 발급하다 경찰에 붙잡히자 이 치안감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서울 모 경찰서에 압력을 넣었다는 것. 여자 은행원은 전직 행정자치부 차관 인척의 친구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여러 정황을 감안해 구속 의견을 제시했지만 검찰 측이 현직 치안감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 송치하라고 의견을 보내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치안감은 그 동안 "K대에 수사 기밀을 누설한 적이 없으며 개인 비리도 오래된 일들로 청와대에 해명했다"며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23일 이 치안감은 휴대전화를 꺼놓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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