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는 "안양의 급식소는 새벽에 가도 동이 나 서울로 오는 것"이라며 "최근엔 여기도 경쟁이 치열해 일찍 와야 밥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을 운영하는 콘스탄티노 수녀(37)도 "지난해 말부터 사람들이 갑자기 늘었다"면서 "서울은 물론이고 인천이나 경기도에서 오는 사람도 많다"며 놀라워했다.
최근 경기불황의 여파로 무료급식소(경로식당)를 찾는 영세민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서울 경기 지역의 경우 올 겨울 동안 많게는 2배 이상 숫자가 늘어난 곳도 있다.
심각한 것은 인천·경기 지역의 무료급식소들이 서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데다 재정난으로 문을 닫는 곳까지 속출해 이 지역 영세민들까지 서울로 몰려들고 있는 것. 서울의 무료급식소들은 식사량은 한정됐는데 오는 사람을 막을 순 없어 안타까움에 발만 구르고 있다.
▽빨리 안 가면 밥도 못 먹는다=19일 오전 10시경 서울 동대문구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근처.
무더기로 내린 행색이 초라한 사람들이 발걸음도 바삐 어디론가 몰려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인근 다일복지재단에서 제공하는 무료급식을 찾아온 것.
경기 부천시에 사는 김모씨(78)는 "여기까지 오는데 2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부천 지역은 경쟁이 치열해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재단을 운영하는 최성욱 본부장(38)은 "지난해 말까지 350여명 정도가 밥을 먹었는데 지금은 700명도 넘는다"면서 "다른 곳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이봉화(李鳳和) 복지여성국장은 "서울 126개 무료급식소를 찾는 영세민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아직은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지만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새로 대책을 세워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밥 먹으러 서울까지 온다=문제는 무료급식을 원하는 영세민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무료급식소의 수가 턱없이 부족해 영세민들이 밥 한 끼 먹으러 여러 곳을 전전하고 있는 것. 특히 경기 지역에서 서울까지 식사를 해결하러 오는 영세민의 수는 가히 심각할 정도.
현재 경기도의 무료급식소는 총 81곳으로 하루 3401명분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서울(8860명분)의 약 38% 수준. 이미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기도 인구(약 1036만명)가 서울(약 1027만명)을 앞지른 것을 고려하면 형편없이 낮은 수치다.
여기에 경기 서부지방 무료급식의 한 축을 지탱하던 인천광역시의 무료급식소가 최근 연달아 문을 닫으며 인천 영세민과 이 곳에서 식사를 해결하던 근방 경기도민들까지 서울로 몰려들고 있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부터 7개의 무료급식소가 폐쇄됐고 다른 곳들도 재정난 등을 이유로 제공하는 음식량을 줄였다.
동덕여대 남기철(南基澈·가정복지학) 교수는 "무료급식을 원하는 사람은 늘고 있는데 전국적인 무료급식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대부분 민간 주체로 운영되는 무료급식을 정부가 책임지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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