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 제자들 투병 스승돕기 나섰다

  • 입력 2004년 2월 24일 15시 44분


"제자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선생님이 사경을 헤매는 모습을 뵈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한 '야학(夜學)'출신 제자들이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옛 은사를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대구 동구의 야학인 '신일나눔학교'의 졸업생 400여명이 옛 은사인 김창묵(金昌默·53·동구 용계동·사진)씨의 완쾌를 위해 정성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김씨의 투병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십시일반(十匙一飯), 치료비를 모아 김씨 가족에게 전달했다.

제자 중 30여명은 매일 번갈아가며 병실에서 김씨에게 투병 의지를 불어넣고 김씨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대구 영남의료원에 입원 중인 김씨는 그러나 방광부위에 생긴 암이 전신으로 퍼져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자신이 대학에 다니던 72년 동구 신암동에서 '청년교실'이라는 야학을 세워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청년교실'은 이후 재정난에 따라 교사진과 학교의 위치, 교명이 수차례 바뀌었지만 김씨는 31년간 사재를 털어 야학을 운영하며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왔다.

김씨는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고 재정난 등이 겹치자 지난해 8월 31회 졸업생 배출을 끝으로 야학을 폐교한 이후 월세 15만원의 단칸방에서 칠순의 노모를 모시며 어렵게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제자인 안종수(45·대구수성구청근무·7급)씨는 "수많은 제자들이 야학에서 글을 배우며 어려웠던 시절을 넘길 수 있었다"며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신 선생님이 하루속히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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