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대 '팬터지 소설' 고교 교과서에 실려

  • 입력 2004년 2월 24일 16시 33분


신세대 작가가 쓴 팬터지 소설이 처음으로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실렸다.

작가 이영도씨(33)의 팬터지 소설 '드래곤 라자' 종반부(6페이지)가 실린 태성출판사 판 고교 문학교과서가 최근 한국 검정교과서협회의 심사를 통과해 3월부터 학교들에 배포될 것이라고 이 출판사가 밝혔다.

환상 세계를 다룬 팬터지 소설은 90년대 초반 PC 통신이 활발하게 되면서 신세대의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전파돼왔으나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것은 처음이다.

'드래곤 라자'(전 12권)는 세계 환상 소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같은 배경 속에 인간과 드래곤(서양 용)을 등장시키고 두 세력 어느 쪽과도 소통할 수 있는 존재인 '드래건 라자'를 찾아 떠나는 소년 '후치'의 여로를 다뤘다. 98년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후 70만부가 팔렸다.

태성출판사 문학교과서 편찬 위원 중 한 사람인 송현호 아주대 교수(국문학)는 "고교생들이 흥미롭게 읽고 있는 작품을 교과서에 끌어 들여 보자고 생각했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어온 '드래곤 라자'를 채택키로 했다"고 밝혔다.

'드래곤 라자'의 교과서 수록은 이 작품이 서적(書籍)보다는 '사이버 공간'에 먼저 선보인 것이라는 데서도 의미가 크다. 이 작품은 출간 전에 PC 통신 하이텔에 연재됐으며 이른바 '좀비'라고 불리는 고정 팬들을 만들어냈다. '좀비'는 '흡혈귀에 물린 후에 특정 대상을 정신 없이 따라다니는 추종자'라는 뜻이다. 또한 현재 인터넷에는 '드래곤 라자'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들(dragonraja.net,raja.pe.kr) 등이 여럿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드래곤 라자'는 이미 온라임 게임과 만화로도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교과서 수록 작품 채택은 '원소스 멀티유스' 시대가 무르익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원소스 멀티유스'는 하나의 이야기(내용)를 다양한 형태로 제작, 판매하는 새로운 상업문화의 유형을 가리킨다.

한편 이 씨는 '드래곤 라자' 이후에도 '퓨처 워커''폴라리스 랩소디' '눈물을 마시는 새' 등 줄곧 팬터지 소설을 써왔다. 특히 2000년 나온 '폴라리스 랩소디'는 국내 팬터지 소설 최초로 가죽 양장본이 제작돼 500부 전량이 판매됐으며 현재 인터넷 경매 사이트 옥션 등에서 수십 만 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권기태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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