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위기 모교를 살리자" 30,40代 졸업생 재입학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59분


“학생수가 적어 모교의 학급이 줄어든다는데 뭐든 못하겠습니까. 올해는 이렇게라도 넘기지만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강원 평창군 봉평면 봉평고 신남선(辛南善·38) 동문회장은 이 학교를 졸업한 지 20년 만인 올 3월 모교에 재입학한다.

대학과 대학원까지 졸업한 그의 고교 재입학은 학생수 감소로 통폐합 및 폐교 위기를 겪고 있는 농촌지역 학교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봉평고의 올해 총 재학생은 130명. 이 가운데 1학년은 41명이다. 그러나 당초 신입생 인원은 36명뿐이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2학급을 만들 수 있는 학생수 기준은 41명으로, 36명으로는 1학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학급수가 줄면 교사 수도 현재의 16명(교장 교감 포함)에서 14명으로 줄게 되고 교사들의 수업시간수가 많아지게 된다. 결국 가뜩이나 열악한 수업환경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 뻔하다.

이 소식을 접한 동문회는 지난해 12월 23일 회의를 열고 학생 충원을 위해 타 지역 중학교를 돌며 기숙사 무료 제공과 장학금 혜택 등의 ‘당근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골 고교로 온다는 학생은 한명도 없었다.

결국 동문회장인 신씨가 2학급 구성이 가능한 41명의 학생수를 채우기 위해 재입학을 결심했고 동문들을 설득했다. 또 다른 동문 1명과 봉평중 졸업생 2명, 정선중 졸업생 1명이 입학을 결정했다.

이 학교 이무섭(李楙燮·55) 교장은 “재입학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봉평=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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