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의 인생 중 20년을 감옥에서 보낸 전과 16범 김용수(金勇洙·54)씨는 서울아산병원 침대에 누워 25일 있을 장기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제게 당한 피해자들에게 죄송스러워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그분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심했습니다.”
김씨는 간 이식을 받지 않으면 몇 달 안에 숨질 수 있는, 일면식도 없는 말기 간암 환자를 위해 조건 없이 자신의 간 40%를 떼어주는 수술을 받는다.
18세 때부터 폭력 등으로 교도소를 드나들었던 김씨는 1995년 청송보호감호소에서 파스칼리야 수녀를 만나면서 종교를 갖게 됐고 ‘세상을 다르게 살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김씨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2000년 출소 뒤 시작한 사업이 실패해 목숨을 끊으려고 극약을 먹기도 했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절망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김씨는 종교에 의지하며 마음을 수백번 다잡았다. 그러다 2000년 5월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자신의 신장을 나눠줬고 같은 해 7월에는 ‘잃어버린 세월’이라는 시집까지 냈다. 김씨는 “몸의 일부를 떼어내 기증하는 수술은 전혀 아프지 않다”며 “오히려 무거운 짐을 덜어놓는 것 같아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미 세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한 김씨는 현재 충남 논산시에서 톱밥공장 일용직 근로자로 살아가며 4년째 ‘사랑실은 봉사대’ 회원으로 불우아동 돕기, 독거노인 돕기 등 사회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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