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 이웃 학부모들이 동네 초등학교의 한 선생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보고 ‘설마’ 하며 지나쳤다. 지난해 공교롭게도 그렇게 불만을 샀던 바로 그 선생님이 내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됐다. 교직을 그만두고 필자도 학부모의 입장이 되어 보니 이웃 학부모들의 불만에 타당성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혹시 내 아이가 피해를 보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참긴 했지만 시간 때우기식 자율학습, 전시용 행정, 구태의연한 학습방식 등 문제가 많았다. ‘교사 다면평가제’에 학부모가 참여하는 것은 교권의 독립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요즘 학부모들은 교육 수준이 높기 때문에 충분히 교사를 평가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
오해경 주부·대구 수성구 신매동
▼‘선생님들만의 근무평가’ 객관성 있을까▼
‘교사들의 반발 때문에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소극적인 태도로는 교육의 미래가 없다. 잘 가르치는 교사를 가려내기 위해서라면 학부모는 물론 학생까지도 교사평가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교장과 교감이 좌지우지해 온 근무성적 평점제도의 문제점을 시정한다는 관점에서 학부모의 참여는 바람직하다. 단지 이들의 참여 방법에 대한 연구는 꼭 필요하다. 학부모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자질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고, 이기적인 측면이 개입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떠한 형태가 됐든 학부모의 의견은 반드시 교사 다면평가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우(愚)는 경계해야 한다.
정승익 한국교원대 학생·충북 청원군 강내면 월탄리
▼교단에까지 ‘살벌한 경쟁’ 도입해야 하나▼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는 정식교육을 받고 국가가 실시하는 시험을 통과한 교육전문가다. 전문가인 교사가 비전문가인 학부모에 의해 평가되고 점수가 매겨진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공급자인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교육에까지 살벌한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일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80%가 넘는 학생이 학원에 계속 다닐 생각이라고 한다.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뿌리 깊다는 얘기일 것이다. 믿음의 회복 없이는 어떤 정책이 실행되더라도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교사를 평가하기에 앞서 교사를 믿고 학생을 교사에게 돌려보내는 일이 우선이다.
전현태 대학생·서울 광진구 구의동
▼평가 지나치게 의식 소신교육 어려워질듯▼
학부모가 교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엔 전문성이 부족하다.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일정 기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데 학부모가 교사의 수업을 일일이 관찰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정보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감정에 치우쳐 잘못된 정보를 학부모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평가는 왜곡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력 있고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보다는 학생의 눈치를 살피거나 인기에 치중하는 교사가 더 인정받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소신 있는 교육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교육은 때로는 학부모와 학생이 싫어하는 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석근 한국교총 교권국장·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알림▼
다음주 ‘독자토론마당’ 주제는 ‘고교 평준화 효과 논란’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고교 평준화정책이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효과’라는 논문을 통해 비(非)평준화지역 고교생들이 시간이 갈수록 평준화지역 고교생들보다 성적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고교 평준화 정책의 폐지 또는 대폭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KDI의 이번 연구는 중소도시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신뢰도가 떨어지는 데다, 평준화를 폐지해 학생들을 분리 교육하는 것은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결국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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