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처음 개최된 부산모터쇼는 지난해 2회째를 맞으며 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신생 모터쇼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외형적인 성공을 거뒀다.
한편으로는 전시장 면적이 협소하고 신차 발표 등 알찬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최 측인 부산시는 앞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욕을 보이며 2005년 3회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경기 고양국제전시장 개장에 맞춰 열릴 예정이던 5회 서울모터쇼가 이 전시장 개장 지연으로 개최시기가 갑자기 2005년으로 변경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한 해에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모터쇼를 개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부산모터쇼를 한 해 앞당겨 올해 개최하거나 서울모터쇼를 2006년에 개최하자는 대안을 내놨으나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 등의 반대로 갈등을 빚어오다 결국 행사를 2006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부산시의 한 담당 공무원은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가경제가 걸린 행사를 자존심이나 욕심 때문에 망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양보했다”며 “이번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식의 보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좋게 해석해 달라”고 기자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문제는 KAMA 측이 서울모터쇼는 승용차 위주로, 부산모터쇼는 상용차 중심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구상까지 내놓은 것이다.
상용차 모터쇼는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며 관련 업계와 바이어들의 잔치라고 볼 수 있어 사실상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승용차 중심의 종합모터쇼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부산시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고양국제전시장이 부산모터쇼가 열리는 벡스코의 4배 규모인데다 서울모터쇼가 수입자동차까지 포함하는 대규모로 바뀌면서 부산모터쇼는 결국 경쟁력을 잃게 될 처지에 놓여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상용차 모터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지방에서 추진하는 중요한 행사가 ‘서울의 벽’에 막혀 이렇게 좌절된다면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목표는 공허한 것이 될 것이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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