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가 보면 어때” 뻔뻔한 수뢰

건설교통부 산하 국도유지건설사무소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낡은 교량의 보강 보수공사와 관련해 공사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오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4일 건설업자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북 상주시청 김모국장(55)을 구속했다. 경찰은 김 국장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S특수건설 박모 회장(58)도 구속했다.

김 국장은 2002년 11월 18일 비닐봉투에 담긴 1000만원을 받는 등 지난해까지 4차례에 걸쳐 업체 선정 편의 등 명목으로 288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국장은 2002년 11월 18일 직원들과 S특수건설 관계자 등 12명이 모인 D식당에서 참석자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1000만원을 받은 데 이어 작년 1월 13일에는 상주시 A복집에서 부하 과장과 계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15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받았다.

김 국장이 뇌물을 건네받는 과정에서 워낙 태연하게 행동해 업체 관계자들이 오히려 걱정할 정도였다는 후문. 업체 관계자가 작년 1월 “직원들 앞에서 이래도 되나”라며 ‘돈 쇼핑백’을 건네자 김 국장은 “직원들은 괜찮아요”라며 받아 동석했던 김모 계장에게 시청까지 들고 가도록 지시했다는 것.

상사의 뇌물수수 행태는 부하 간부들에게도 그대로 전수됐다. 김 국장을 대신해 쇼핑백을 들어준 김 계장은 작년 3월 직무와 관련된 업체로부터 600만원을 받았고 최모 계장도 그 해 2차례에 걸쳐 450만원을 받았으며 7급인 오모씨(46)도 3차례에 걸쳐 400만원을 챙겼다.

S특수건설은 경북 상주시 화개동 화개교 보수공사 등 모두 17억원 상당의 공사 5건을 수주했다.

경찰은 또 200만∼6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충주 보은 정선 의정부 국도유지건설사무소, 경기도 건설본부, 상주시청 공무원 등 관련자 10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100만원 이하의 뇌물을 받은 상주 충주시청과 보은 의정부 국도유지건설사무소 공무원 6명에 대해 해당 기관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경찰은 한국도로공사의 모 처장과 부장급 2명에 대해 수사 중이며 달아난 의정부 국도유지건설사무소 오모 과장(48)을 수배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