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박물관은 동삼동 패총에서 1999년 발굴한 유물을 정리하던 중 신석기시대 바리모양토기(鉢形土器) 조각에 새겨진 사슴그림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기원전 3000년경으로 추정되는 동삼동 패총 5층에서 조, 기장 등과 같이 수습된 이 유물은 제작시기가 기원전 3300∼3000년으로 추정된다.
박물관측은 “조, 기장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기로 측정한 결과 기원전 3000년경의 것으로 이미 확인된 바 있다”며 “이 토기의 정확한 제작시기도 이른 시일 안에 측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로 13cm, 세로 8cm 크기의 토기조각에는 두 마리의 사슴이 그려져 있으며 그림의 배치로 미뤄 토기 둘레 전체에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그림은 뼈나 대칼 같은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별다른 장식 없이 사슴의 특징만 잡아 단순화시켜 묘사했다.
신석기시대 토기는 빗살무늬토기처럼 기하학 무늬를 새긴 것이 많이 발견됐으며 사물을 그린 토기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그림은 신석기시대 원시미술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데다 청동기시대 유적으로 추정돼 온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기법이 거의 비슷해 암각화의 제작시기도 재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박물관측은 밝혔다.
박물관 하인수 학예연구관은 “신석기시대 토기 중에서 이렇게 구체적인 사물을 그린 그림은 처음”이라며 “좀 더 연구하면 청동기시대 회화 양식과의 차이나 당시 사회상을 엿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유물은 99년 동삼동 정화지역 발굴조사 때 출토된 것이지만 당시 출토된 토기 조각만 해도 수만개에 달해 쉽사리 눈에 띄지 않다가 지난해 유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박물관측은 이 유물에 대한 발굴보고서와 함께 반구대 암각화의 사슴그림 양식과 비교한 연구 결과를 4월 중 학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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