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지도부는 대부분 입을 굳게 닫았다. 김 의원과 짧게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진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검찰 발표 뒤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측근이 전했다. 박영선(朴映宣) 대변인은 “당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논평을 내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해찬(李海瓚) 임채정(林采正) 의원 등 김 의원과 가까운 중진 그룹도 대부분 언급을 피했다.
열린우리당은 무엇보다 검찰의 김 의원에 대한 수사가 최근 정치개혁 이슈를 주도하며 고공비행하고 있는 당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총선기획단이 이날 총선 후보 명단을 발표하면서 “김 의원은 이미 전북 정읍에 단수 후보로 확정됐으나 공식 발표는 나중에 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고민에서다. 하지만 곧 “오히려 당 차원에서 김 의원의 혐의를 인정한 꼴이 된다”는 지적이 일자 김 의원의 단수 후보 확정을 뒤늦게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당 일각에서는 노무현 후보 선대위에서 자금을 모금, 관리, 집행한 인사들이 당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총선 전에 모두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당 총무팀의 한 관계자는 “서해종건이 3억여원을 대선 직전 당에 건넨 것은 맞지만 김 의원은 이를 당에서 받아 정대철(鄭大哲) 의원 등과 함께 각 지역 선거 캠프에 격려금으로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당 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이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김 의원 관련 의혹을 때맞춰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한편 대우 트럼프월드 시행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날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열린우리당 이호웅(李浩雄) 의원은 “선거 3일 전 하이테크하우징 박문수(朴文洙) 사장으로부터 ‘후원금을 내겠다’며 밖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면서 “‘선거 막판이라 정신이 없으니 당사로 오라’고 해서 서울 여의도 당사 3층 회의실에서 만난 일이 있다. 그때 재정국장을 불러 곧바로 입금 및 영수증 처리토록 인계한 게 전부다”고 해명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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