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재값 인상은 인건비와 농기계 사용료 등 전반적인 농업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농민들에게 시름을 더해주고 있다.
▽농자재값 인상 러시=농민들이 현재 농협에서 구입하는 각종 농자재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평균 10% 이상 올랐다.
25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요소비료는 지난해 1포(20kg들이)에 6200원이던 것이 지난달 6일부터 7050원으로 13.7%가 올랐다. 농약의 경우 농협 계통구매 447개 품목 중 잎말이나방약(병당 500mL)이 1800원에서 2000원으로 약 10% 오르는 등 36개 품목이 인상됐다.
딸기나 토마토 재배용 하우스 필름의 경우 지난해 각각 kg당 2434원, 2438원이던 장수필름과 보온필름이 올해 2763원, 2767원으로 올라 13.5%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또 하우스를 설치할 때 사용하는 농업용 파이프 중 아연도금강관(지름 25.4mmX두께 1.5mm 기준)은 지난해 m당 669원에서 올해 749원으로 11.9% 올랐다.
사료값도 치솟아 비육용 중송아지 사료의 경우 1포(25kg들이)에 지난해 6060원에서 올해 6700원으로, 산란계 사료는 1포에 6300원에서 6950원으로 인상됐다.
▽농사짓기 너무 힘들다=토마토 재배농인 신재균씨(49·경남 사천시 용현면)는 “지난해 9월부터 농자재값이 들먹이더니 지난달에 하우스용 필름과 파이프, 비료 등이 줄지어 올라 시설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영농비 부담이 크게 늘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남 나주시 봉황면에서 산란계 10만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복남씨(52)는 “조류독감 파동 이후 사료값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공급마저 달려 농가에서 사료회사에 담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사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영동군에서 1000여평에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오인길씨(61)는 “비료 등 농자재값이 오르면 인건비도 덩달아 오르게 돼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FTA가 체결된 상황에서 생산비 부담까지 안게 되면 남는 것은 빚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농협중앙회 자재팀 관계자는 “농사용 필름의 원료인 에틸렌값이 40% 오르는 등 각종 원자재와 해상운임 등이 30∼50%까지 급등해 농자재 가격을 현실화하다 보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농자재 구매 방식 바꿔라=농민들은 영농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농자재 구매 방식을 농협중앙회가 업체와 일괄적으로 계약하는 계통구매에서 지역농협들이 직접 구매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기원주 협동개혁위원장은 “농협중앙회가 계통구매를 통해 얻은 이익금을 농자재 판매가격 인하에 사용해야 하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지역농협들이 공동구매에 나서면 가격결정권을 갖게 돼 농자재값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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