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억 對 42억’ 10분의1 우연일치?

  • 입력 2004년 2월 25일 18시 48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가운데)은 25일 김원기 고문이 서해종합건설로부터 1억5000만원을 수수했다는 검찰발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연합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가운데)은 25일 김원기 고문이 서해종합건설로부터 1억5000만원을 수수했다는 검찰발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연합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노무현(盧武鉉)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전국의 227개 지구당과 16개 시도지부 등에 지원한 불법자금의 규모와 내용이 일부 공개됨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더욱이 노 대통령의 정치고문인 김원기(金元基) 의원과 노 캠프의 중앙선대위 조직본부장 이호웅(李浩雄) 의원이 나란히 수사 대상이 됨에 따라 여권에 미치는 충격이 클 전망이다.

▽불법자금 규모=검찰은 한나라당이 지구당 등에 내려보낸 410억원은 전액 불법자금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기업 등에서 모금한 800억원대의 불법 대선자금에서 지원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후보 캠프의 경우 42억5000만원 중 20억원은 불법자금이며 나머지 22억5000만원은 불법자금이라는 의심이 있지만 출처가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나라당은 전액 현금으로 지원했으며, 노 후보 캠프는 은행계좌를 경유한 7억원을 제외한 대부분을 현금으로 전달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지원 규모면에서 보면 한나라당(410억원)이 노 후보 캠프(42억5000만원)의 10배에 이른다. 하지만 검찰은 노 후보 캠프의 지원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구당 및 시도지부 지원 내용=한나라당은 전국 지구당에 360억원을, 시도지부에 50억원을 지원했다. 한 지구당에 평균 1억5000만원 정도가 지급됐으며 시도지부에는 평균 3억원 정도가 내려간 셈이다.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가운데)는 25일 “정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검찰의 편파수사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은 전국 지구당을 △열세 △경합 △전략지역 등 세 등급으로 분류했다. 열세지역으로 분류된 광주 호남 등의 지구당에는 7000만원 안팎이, 경합지역인 수도권 충청 강원 경북지역 지구당에는 1억5000만∼1억8000만원, 전략지역인 부산 경남 지구당에는 1억8000만∼2억원이 지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노 후보 캠프는 전국 지구당에 총 24억9000만원, 시도지부에 총 17억6200만원을 지급했다. 지구당별로 1000만원 미만이 지원됐으며 시도지부에 1억원 정도가 지원된 셈이다.

▽지원 내용 공개 배경 및 전망=검찰은 지구당 등 지원 내용을 지금 공개한 것에 대해 “총선이 임박한 3월에 발표할 경우 발표 시기를 조율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조만간 열릴 김영일(金榮馹) 의원 등에 대한 재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 초기부터 불법자금의 개괄적인 사용처를 규명하겠다고 공언했고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대선자금 출구조사가 상당 부분 끝났기 때문에 이 같은 사실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김원기 의원의 자금 수수에 대해 ‘서해종합건설과 관련해 다음달 1일 소환한다’는 것만 밝혔을 뿐 나머지 수사 내용에 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기색이 역력했다. 검찰은 돈 전달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발표할 것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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