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별주부전 배경무대 원조는 어디?

  • 입력 2004년 2월 26일 01시 22분


충남 태안군과 경남 사천시가 서로 자기 지역이 고대소설 ‘별주부전(鼈主簿傳)’의 배경 무대라며 원조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남 사천시는 거북섬 토끼섬 월등도 등으로 불리는 서포면 비토리 앞 바다의 섬들과 주변 일대가 별주부전의 무대임을 고증하기 위해 지난해 진주국제대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천시에 따르면 월등도에는 토끼가 달을 보고 날아올랐다는, 거북섬에는 거북이 간을 구하러 뭍으로 나왔다 토끼가 달아나는 바람에 용궁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굳어져 생겼다는, 목섬에는 토끼 아내가 목 놓아 기다리다 굳었다는 전설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거북섬에선 수년마다 불이 나는데 이는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한 거북이의 화병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사천시는 홈페이지에 ‘비토섬 별주부전’이라는 별도의 코너를 마련해 관련 설화와 사진을 게재했으며 전국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남면 원청리가 별주부전의 무대라며 관광 홍보를 벌이고 있는 태안군도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태안군은 “별주부전은 서해와 동해, 남해에 용광이 살았지만 서해에 사는 용왕(광덕왕·廣德王)만 병이 든 것으로 전하고 있다”며 “남해(사천)는 별주부전의 무대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원청리에는 자라바위와 묘샘(卯泉), 용새(龍塞)골, 안궁(內宮), 궁앞(宮前), 노루미재 등 별주부전에 나오는 지명이 다양하게 전해지고 있다.

태안군은 지난해 12월 원청리 해변의 자라바위에 ‘별주부전 유래비’를, 별주부전 지명이 전하는 6곳에 지명풀이 안내석을 각각 설치했다. 5월에는 이 마을에서 ‘청포대 별주부전 축제’라는 어린이 창작 뮤지컬을 공연하기 위해 최근 충청오페라단에 작품제작을 의뢰했다.

이들 자치단체 주변에서는 “관광객 유치차원에서 고증을 거치지 않고 서로 ‘원조 선점 경쟁’을 벌일 경우 혈세를 낭비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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