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형편이 어려워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한 야학 출신 제자들이 암에 걸린 옛 은사를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대구 동구의 야학 ‘신일나눔학교’의 졸업생 400여명은 옛 은사인 김창묵(金昌默·53·동구 용계동)씨의 투병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치료비를 모아 24일 김씨 가족에게 전달했다. 제자 중 30여명은 매일 번갈아가며 영남대의료원을 찾아가 김씨에게 투병 의지를 불어넣고, 김씨 가족들도 위로하고 있다.
김씨는 방광 부위에 생긴 암이 전신으로 퍼져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자신이 대학에 다니던 1972년 동구 신암동에 ‘청년교실’이라는 야학을 세우고 교사로 나섰다.
청년교실은 이후 30여년 동안 재정난으로 교사진과 교명, 학사(學舍) 등이 수차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이 과정에서 김씨는 사재를 털어 ‘야학의 불빛’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해 왔다.
김씨는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고 재정난이 겹치자 지난해 8월 31회 졸업생 배출을 끝으로 야학을 폐교한 뒤 월세 15만원의 단칸방에서 칠순 노모를 모시며 어렵게 생활해왔다.
신일나눔학교 출신인 안종수씨(45·대구 수성구청 7급)는 “수많은 제자들이 야학에서 글을 배우며 어려웠던 시절을 넘길 수 있었다”며 “제자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던 선생님이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 안종수씨(053-666-2172)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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